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장원삼 최근 3~4년 동안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영건 투수 4인방이다. 5월 12일 이 4명의 투수가 총 출동,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투수라고 볼 수 있는 류현진이 대기록을 세웠다.
LG를 상대로 9이닝 완투 1자책 1피홈런 1볼넷 17탈삼진을 잡으며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을 기록. 종전까지 16탈삼진으로 기록을 갔고 있는 선수는 으리으리 하게도 최동원, 이대진 그리고 선동열이다. 9이닝이 아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13이닝을 던져 18 K를 기록한 선동열인데 이제는 더 이상 선발투수에게 그런 투구 수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이건 류현진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
마침 이 역사적인 경기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환태평양 지역 스카우터인 존 콕스가 봤다고 한다. 인터뷰에는 의례적인 립서비스가 따르기 마련. 콕스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08, 09년 2년 연속 NL사이영 위너인 팀 린스컴과 비교했다. 물론 그 말처럼 높은 평가를 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좌완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메리트있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나이에 비해 성숙한 커맨드를 갖춘 류현진이라면 김현수와 함께 국내에서는 유이하게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이목을 끌 만한 선수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미국 스카우터들이 한국의 천재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지 모른다. 일본 최고의 투수였던 노모 히데오가 200만달러의 계약금 최저연봉으로 계약, 토네이도 같은 돌풍을 일으키기전에는 일본 투수에 대한 평가도 지극히 낮은 것이었으니까. 마쓰자카를 연상시키는 거액의 포스팅비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는 상상은 말 그대로 망상일 뿐이다.
그래도 앞으로 3년 후 해외 진출 자격을 갖춘 300~400만 달러 가량의 이적료와 2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류현진, 김현수를 상상하는 건 있음직 한 상상이 아닐까?
근데 왜 류현진의 위대한 경기를 보고 불경하게 해외진출을 상상하냐고? 그건 오늘 나온 KBO이사회의 공지를 보고 느끼는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주요 이슈는 최근 유망주들의 미국 러쉬를 막기 위한 대책 논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띤 토론은 연고 1차지명을 부활시켜 일찌감치 고교선수들 관리에 들어가자는 것 이었고 또 다른 한 가지가 흥미롭다.
그건 해외 진출 선수의 자격과 FA규정을 조정을 완화해 국내리그에 대한 매력을 높이자는 것이었는데 만약 이사회에서 그런 결정을 하면 박수를 쳐줘야 마땅하다.
미국진출하는 선수의 경우 모두 박찬호나 김병현, 추신수를 꿈꾸겠지만 빅리그에 안착한다는 것은 정말 극히 낮은 확률이다. 트리플A에 IL리그 14개 팀, PCL 16개 팀, 거기에 맥시칸 리그, 더블 A 까지 국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유망주들이 경쟁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빅리그 안착에 실패 마이너리그에 전전하게 될 경우는 강화된 해외파 복귀 금지 조항에 따라 류제국이나 백차승처럼 병역 문제로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무엇보다 선수의 재능을 펼쳐보지 못하는게 가장 아쉬운 일이다.
이런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 고교 유망주들이 미국문을 노크하는 이유는 프로야구 진출시 사실상 메이저리그 도전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FA자격을 얻으려면 무려 9년, 해외진출 자격이 7년이라고 해도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해외진출 루트가 일본을 거치는 거라면 더욱 더 멀어진다.
게다가 아직까지 프로에서 곧바로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없다. 소년에게서 꿈을 뺏을 순 없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류현진이 보여준 가능성과 FA, 해외진출 자격에 대한 완화 가능성 소식은 뭐가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꽁꽁 싸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활짝 열어주는 발상의 전환이 프로야구의 경쟁력을 높힐 수 있다. 김진영이 꾸는 꿈을 유창식도 가질 수 있는 리그가 될 수 있을까? 3년 후에 류현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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