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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2016드래프트 해외파, 적절한 지명 순번은?

2015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최대 이변 중 하나라고 하면 해외파의 중용이다. 롯데는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겨우 7.2이닝만을 던진 안태경을 1라운드에 지명했고, 삼성도 예전 한화에 1차 지명됐던 장필준을 과감히 1라운드 후반에 픽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성과가 적었던데다 몸 상태도 검증되지 않았기에 불안요소가 많았지만, 구단들은 과거에 그들이 보여줬던 가능성에 많은 점수를 줬다.


올해도 해외파 열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기대를 모았던 덕수고 김진영이 드래프트 대상에 빠졌음에도 부산고 출신 정수민이 2차 1라운드 최상위 지명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외에도 중상위 라운드에 지명받을 후보가 많다. 그들이 지명 순번만큼 프로에 안착할 수 있을지 미국에서 커리어를 살펴보았다.





정수민 RHP 1990-04-01 188cm 90kg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정수민이 아닐까 싶다. 부산고 시절에는 안태경, 오병일(오수호) 등과 함께 우완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롯데의 1차 지명 후보였다. 고3 시기 대단한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좋은 체격과 140km 중반 이상의 빠른 볼은 미국 스카우트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시카고 컵스가 정수민에게 51만 달러의 계약금을 안기면서 2008시즌 후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미국에서도 무난한 커리어를 이어갔다. 첫해 루키리그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고, 2010년 싱글A에서 선발 투수로 4점대 FIP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했다. 미국에서의 스카우팅 자료를 보자면 빠른볼 스피드는 140km 중후반, 최고 150km를 마크하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진다고 한다. 수치상으로 봐도 제구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나, 스터프와 어린 나이를 고려하면 비관적이지 않다. 유망주 평가로 유명한 존시켈스씨는 2010시즌 후 정수민을 컵스 내 12번째 유망주로 평가하며 브레이크아웃 시즌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정수민 본인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후 어깨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하고, 형편없는 성적으로 2013년 3월 방출통보를 받는다. 현재 정수민의 어깨 상태는 정상적이고, 트라이아웃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고 한다. 정수민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하면 분명 기록에서 보이는 것보다 발전 가능성이 큰 투수다.



남윤성 LHP 1987-08-04 192cm 90kg (미국 프로필 188cm 86kg)

남윤성은 정수민처럼 강한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대신 고교 시절부터 일관적으로 안정된 피칭을 했다. 신일고 시절 65.2이닝 동안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최고 140km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지면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남윤성의 눈은 미국을 바라보고 있었고, 텍사스와 6만8000달러라는 헐값에 계약을 맺는다.


당연히 팀의 기대치와 미 언론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남윤희는 마이너리그에서 대부분 구원 투수로 등판했고, 2009년에는 37경기 4선발 동안 88.1이닝을 던지는 등 규칙적이지 못한 등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0년 하이A에서 5점대 FIP를 기록한 후 어깨 부상을 당해 도전을 멈추게 된다. 좌투수로 변화구 구사능력과 커맨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남윤성에 대한 선호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방출 후 일본 야구 진출 시도와 고양 원더스 입단 등으로 입대가 늦어져 작년 장필준보다 나이가 한 살 많다. 결정적으로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이 스카우트를 자극하진 못한 듯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커리어가 과거 미국진출자들에 비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것일까? 작년 드래프티와 80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받았던 투수들의 23세 이전 FIP+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박찬호를 비롯해 90년대 후반 진출했던 으리으리한 선수들은 역시나 마이너리그에서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국내에서 큰 빛을 보지 못했던 조진호도 나이 대비 더블A와 트리플A에서 선발로 상당한 피칭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당시 아마에서 배출된 투수들의 기량이 더 뛰어나지 않았나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만든다. 그만큼 우수한 투수들이 미국으로 많이 빠져나가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후 그에 근접한 투수라면 김진우와 함께 고교리그를 호령했던 류제국이 있고,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 중인 이대은도 성공의 이유가 기록에서 나타난다.


정수민을 이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초라해진다. 비단 정수빈 뿐 아니라 작년 안태경과 장필준이 과연 1라운드에 지명받을 정도로 믿음이 가는 투수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단, 2010시즌 정수민은 확실히 비범했다고 할 만하다. 고교 시절 보여주지 못했던 성적을 싱글A에서 증명했다고 하면 1라운드 지명은 지난해와 비교해 훨씬 납득이 간다.




나경민 CF 1991-12-12 178cm 72kg

투수 쪽에 정수민이 있다고 하면 야수 쪽에는 나경민이 있다. 1루까지 3초 후반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준수한 컨택 능력 등 덕수고 시절 최고의 외야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청소년 대표에 뽑히기도 했으나 컵스행이 확정되면서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크지 않은 체격에도 72만5000 달러의 계약금을 받은 것만 봐도 리드오프로서 나경민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말해준다.  


마이너리그에서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첫해 싱글A 숏시즌을 뛰고 2011년 루키 리그에서 매우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다. 이후 컵스와 트레이드로 이적한 샌디에고는 뛰어난 수비와 두루 덕인지 나경민을 빠르게 상위 레벨로 올렸는데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2013년 3월 방출 통보를 받은 나경민은 귀국 후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남윤성과 달리 나경민은 국내 유턴이라는 매우 빠른 결정을 내렸고, 예비역 대졸자 최승민과 같은 나이다. 툴이 예전과 같다고 하면 드래프트에서 오히려 유리하고, 1라운드 지명을 노려볼 만하다. 타코투저, 투수 선호의 리그가 아니라면 정수민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김동엽 OF 1990-07-24 186cm 84kg

남태혁 1B 1991-03-13 187cm 95kg

제물포고 남태혁과 북일고 김동엽은 2009년 고교리그 최고의 장타자라고 할 만하다. 김동엽은 08~09년 149타석 동안 무려 8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홈런 비율 만큼은 작년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황대인보다도 높다. 남태혁도 116타석 5홈런으로 이에 뒤지지 않는다. 거구에 장타포텐셜은 이들을 미국리그로 향하게 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남태혁은 미국에서 약 3년간 루키리그를 벗어나지 못했고, 첫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리그 OPS에 크게 못미쳤다. 김동엽은 어깨 부상으로 좌투 전향을 시도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홈런 수치는 대단했으나 모 아니면 도식의 선구안은 미국에서 살아남기 무리였다.


두 선수는 극악의 삼진/볼넷 비율과 2할 중반의 타율은 수치상으로 매력을 반감시킨다. 또 마이너리그에서 수비에 큰 약점을 보여왔기에 스카우트에게도 감점되는 요소가 많을 것이다. 그래도 무시무시한 파워포텐셜은 중위권대 순번에서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




이케빈 RHP 1992-02-13 184cm 87kg

해외파 선수 중 이번 드래프트에서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재미교포 출신으로 한국야구에 도전장을 내민 이케빈 때문. 최고 150km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진다고 하고, 트라이아웃에서도 강한 어깨를 과시했다고 한다. 여기에 교포 신분으로 병역의무가 없다는 점은 드래프트에서 크게 어필되는 요소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완성도를 보자면 1라운드에 지명되는 선수로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고3 시기에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이케빈은 NCAA 1부 리그에 소속된 Rhode Island에서는 16경기 8.14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다. 42이닝 동안 볼넷은 무려 38개로 심각한 제구력 문제를 드러냈다. 2014년 Ramapo College 소속으로 8경기 54이닝 4.50의 평균자책점 50삼진 25볼넷 0피홈런으로 성적이 크게 향상됐으나 3부 리그 경기임을 고려해야 한다.


kt는 최근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김재윤을 통해 뜻밖의 성공을 맛봤다. 파이어볼러 장시환의 놀라운 시즌도 팀의 드래프트 전략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케빈과 김재윤이 동일한 사례로 나아가리란 보장은 없다. 제구력을 고려하면 전혀 다른 유형일 확률이 높다. 이케빈의 잠재력과 별개로 드래프트 최상위 순번 지명은 너무 위험한 모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