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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리빌딩팀 넥센과 삼성, 채태인-김대우 트레이드

작년을 끝으로 해체된 삼성 라이온즈의 코믹 트리오는 구단 역사상 최고 황금기를 이끌었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시범 경기가 한창인 지난 22일 삼성과 넥센이 스토브리그 1호 트레이드를 시행했다. 참고로 넥센은 2011시즌 전 고원준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전유수, 임창민, 양훈, 윤석민 등 6년 연속 트레이드를 개시한 구단이 됐는데 이장석 대표가 국내 프런트에서 얼마나 특수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실은 트레이드의 당사자가 된 채태인의 트레이드에 대한 루머는 일찌감치 있어 왔다. 윤성환과 안지만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후 언론은 삼성의 트레이드 시도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리고 채태인은 대상의 묘사를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는 트레이드 매물이었다. 선수 본인도 인터뷰에서 갈 줄 알았다며 일찍 트레이드되지 못한 게 아쉽다는 멘트를 했다고 한다.


삼성이 채태인을 팀 전력 강화를 위한 매물로 결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박해민이 자리 잡고, 배영섭이 제대한 상황에서 신인왕을 차지한 구자욱에게 확실한 한자리를 내주기 위해서다. 구자욱이 툴 적으로 외야수가 더 어울린다고 해도, 82년생으로 FA가 1년 남은 베테랑을 처분하는 게 리빌딩에 더 적합한 판단이다. 반대로 고척돔으로 안방을 옮긴 넥센은 계산이 서지 않는 유망주에 사활을 거는 것보다는 야구 천재라고 불리는 검증된 공격 자원을 영입하는 게 이치에 맞는 일로 판단했다. 리빌딩을 염두에 둔 팀 운영을 한다고 해도 재정적 상황에 더 민감한 팀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채태인 영입 초점은 포지션 아닌 중심타선 무게감


한편 넥센 팬들은 채태인 영입이 포지션 중복을 초래한다고 보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수비가 좋은 채태인이 1루에 서게 되면 윤석민이 지명타자 자리에 서는 것은 불가피하다. 외야에 이택근과 대니 돈이 고정된다고 보면 작년 3할과 10홈런 22도루를 기록한 고종욱이나 퓨처스리그에서 무시무시한 타격을 선보인 임병욱 중 한 명은 백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외 준족의 박정음이나 빅뱃 유망주 허정협, 홍성갑, 강지광 등은 1군에서 자리를 얻기 쉽지 않다. 특히 탑 유망주 임병욱이 새로운 팀의 간판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혀 살펴본다면 특별히 두터운 외야진을 형성했다고 보기 애매하다. 대부분의 팀이 두산의 박건우, 삼성의 박한이, NC 김성욱, 한화 이성열, kt 김사연, LG 이병규, SK 조동화, KIA 김원섭 등 제4 외야수까지는 주전 기량에 손색없는 기량의 선수가 포진된다. 오히려 퓨처스리그에서 겨우 100타석을 넘긴 임병욱을 붙박이 주전 외야수로 확정한다는 구상은 5강권 도전 구단으로서는 과한 낙관에 가깝다. 


임병욱 2군 32경기 132타석 .372AVG .462OBP .743SLG 10홈런 30삼진 17볼넷

박윤   2군 78경기 323타석 .348AVG .427OBP .612SLG 16홈런 43삼진 38볼넷

허정협 2군 91경기 348타석 .337AVG .440OBP .635SLG 19홈런 57삼진 42볼넷


박정음 2군 23경기 64타석 .304AVG .391OBP .446SLG 0홈런 5도루 10삼진 6볼넷                       

홍성갑 2군 27경기 293타석 .278AVG .352OBP .463SLG 12홈런 71삼진 22볼넷


임병욱은 김하성과 다르게 컨택, 선구안, 수비 등 다듬을 게 많다는 평이었다. 많은 삼진과 외야수 컨버전 등 1군에서 뛰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제4 외야수로 뛰어도 본인 하기에 따라 300타석 이상의 기회는 충분히 받을 수 있고, 퓨처스리그에서 시간을 보내면 넥센으로서는 서비스 타임 1년을 버는 셈이다. 성적을 위해 조상우를 무리하게 대쉬시킨 넥센이 올해 어떤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페이스 조절도 나쁜 방식은 아니다.


채태인 영입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선수는 SK에서 온 박윤이다. kt 모상기, SK 최승준 등처럼 엘리트 유망주의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1루 포지션 유망주들에게 1군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예비역 대졸자 출신으로 프로 2년 차가 된 허정협이나 작년 타고투저의 퓨처스리그 평균에 가까운 타격을 한 박정음이나 홍성갑은 더 말할 건덕지도 없다. 박윤을 제외하고 위에 언급한 유망주들에게 채태인 영입이 큰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 시간을 버는 효과가 되길 기대한다.




넥센이 채태인을 영입한 결정적 이유는 위 표에서 드러난다. wRC+ 130은 2015년 강정호가 피츠버그에서 기록한 수치로 리그 평균보다 30% 더 좋은 타자라는 의미다. 넥센은 박병호와 유한준이 팀을 떠나면서 단 한 명도 wRC+ 130 이상의 선수가 없다가 채태인을 맞이한 셈이다. 채태인의 wRC+도 131로 무시무시한 수준은 아니나 커리어에서 이 수치를 120이상 넘겨본 적이 없던 윤석민이나 작년 108.1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고종욱을 지명 타자 자리에 넣는 것보다는 훨씬 팀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줄 확률이 높다. 실질적으로 채태인의 타석이 작년 50타석을 넘겨 적응기가 필요한 임병욱을 대체한다고 보면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채태인 영입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 82년생 많은 나이, 올해 시즌 후 FA가 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득을 본 트레이드가 될지는 미지수다. 또 한 가지 작년 BABIP가 .456로 개인 통산보다 1할 가까이 높았음에도 불구 홈런 비율이 낮아지면서 특출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는 점은 채태인의 기량이 정점에서 내려왔다고 해석도 가능하다. 이장석 대표는 아마도 채태인에게서 FA로이드 분출하기를 바랄 듯싶다.



언더스로 김대우의 성장은 계속된다



프로 야구의 언더스로 희귀템 김대우. 라이온즈 팬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추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이번 트레이드에서 미디어의 포커스는 삼성 왕조의 공신이었던 채태인에게 맞춰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6살 어린 나이를 내세운다고 해도 OPS 8할 후반의 타자와 4점대 후반 평균자책점의 투수라면 눈길은 한쪽에 크게 쏠리기 마련. 그렇지만 5점대 평균자책점의 타고투저 시대에 스탯상 그 차이는 체감보다는 크지는 않다. 여전히 채태인의 WAR이 1 이상높지만 삼성에는 대체 자원이 있다. 김대우도 잠수함 유형의 선수 중 손꼽히는 젊은 자원임은 분명하다.


정통 언더스로 투수에 가까운 낮은 타점에서 나오는 평균 130km 중반, 최고 140km의 빠른 볼은 2011년 데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정도로 위력적으로 구사된다. 2011년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높지만 FIP는 3.60으로 매우 준수했다. 상무 제대 후 기대에 못 미치긴 했으나 2년 연속 70이닝 소화에 FIP+가 10 이상 상승한 점은 긍정적인 징후다. 넥센에서 제구력이 뛰어난 신재영이 두각을 나타내 보낼 여유가 생겼는데 실링으로 보자면 김대우에 더 좋은 점수를 줄 여지가 많다. 삼성에서도 나이와 부상 경력이 많은 권오준, 신용운보다는 주력 불펜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약점이라고 하면 여느 옆구리 투수와 마찬가지로 좌타자를 상대로 한 투구다. 스탯티즈 기록실의 기본 자료로 계산할 때 지난 2년간 우타자를 상대로 88.2이닝 동안 4.31ERA 4.74FIP로 양호한 반면 좌타자에게는 55.1이닝 동안 7.16ERA 5.74로 난타당했다. 올해도 좌타자 상대 평균자책점은 27.1이닝 동안 5.93으로 형편없었다. 그나마 FIP는 5.08로 우타자 상대 4.63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게 위안거리다. 김대우는 좌타자 상대 시 특별한 주무기를 갖추기보다 패스트볼 구사를 15% 이상 높게 가져가면서 상대하고 있다. 이번 시즌 싱커를 더욱 다듬었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개선이 됐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삼성이 이번 트레이드를 더욱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김대우에게 좀 더 안정적인 보직과 세심한 코칭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상무에서 2년간 특급 불펜으로 활약한 김대우는 팀에 복귀한 후 팀의 요구에 따라 갑작스레 선발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고, 염경엽 감독은 작년 김대우는 불펜에 적합하다는 멘트를 한 바 있다. 김대우가 어느 보직이 어울리는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해도 복귀 후 갑작스러운 보직 변화는 긍적인 영향을 미쳤을 리 없다. 2015시즌에는 타점을 조금 높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올해도 몇 가지 실험이 있을 수 있다. 대학 4학년 중반부터 부각되어 프로에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투수인 만큼 다져진 투수는 아니다.



이번 트레이드는 FA 1년을 앞둔 시기 전력감 선수를 보내고 유망주 투수를 받아온 전형적인 리빌딩 팀의 움직임이다. 김대우는 20인 보호 선수보다 가치가 높을 확률이 다분해 삼성에는 적합한 움직임이고, 넥센 역시 실리를 얻었다. 제일기획으로 편입된 삼성의 운영 방침은 과도기를 겪겠지만 프로야구계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되리라 전망한다. 그 시작의 트레이드가 이장석 대표와의 딜이라는 것도 필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