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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2차 드래프트 결산, 오프시즌 승자와 패자(中)

오랫동안 겉돌았던 LG의 안방마님 자리는 SK에서 조인성의 경쟁자였던 정상호의 영입으로 해결될 것이다. (사진 출처 - SK 와이번스)

 

FA 시장에서 대어 영입으로 흥분에 휩싸인 팀이 있는가 하면 이들을 떠나 보내며 슬픔에 젖은 팬들도 있다. 하지만 오프시즌 흔히 말하는 '셀러'라고 해서 무조건 패자라고 할 수 있을까? 때로는 달궈진 시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할 수도 있고, 팀의 장단점을 파악해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2차 드래프트와 보상 선수 그밖에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역전이 가능한 구단의 사정을 들여다보았다.

 





LG 트윈스 - 셀러? 바이어? 갈팡질팡 LG의 리빌딩

IN : 정상호, 김태형, 윤대영, 윤여운

OUT : 이진영, 김선규, 나성용, 윤정우, 김웅, 20인 외 보상 선수

 

LG 트윈스는 오프시즌 다소 양면적인 얼굴을 보이고 있다. FA 소속팀 우선 협상이 끝나기 전 2차 드래프트에서 이진영의 40인 제외로 한차례 후폭풍을 겪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올해 부진했다고 해도 팀의 캡틴이자 전년도까지 3년 연속 3할로 팀 공헌도가 상당한 이진영을 내보낸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것. 이전 모습들을 보면 2011년처럼 2015년도 단순히 쉬어가는 시즌일 수도 있다. 이런 반응에 대해 LG는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며 리빌딩을 팀의 방향으로 설정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드러난다. 2차 드래프트 전체 2픽에 지명된 김태형은 동산고 시절 최고 140km 중반 이상을 뿌리는 강한 어깨의 잠재력을 높이 사 NC에 특별지명되었다. 이후 넥센은 임창민과 차화준을 내주며 이 유망주를 데려왔는데 제구력 난조 등으로 큰 활약을 하진 못했다. 올해는 지난 5월 팔꿈치 수술로 경기를 뛰지 못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른 미래를 위한 투자. 이종범의 조카로도 유명한 윤대영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중장거리 타자. 나성용보다 6살 어린 나이에 올해 경찰청에 최종 합격했다.


입대가 예정된 두 선수와 달리 윤여운은 경찰청에서 2년을 숙성한 대졸 출신으로 성균관대와 퓨처스리그, 국제 대회 등에서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 롯데와 kt에서는 강민호, 장성우, 용덕한, 김종민 등에 밀려 1군에서 기회를 받진 못했으나 LG에서 활용도는 커지리라 판단됐다. 그런데 LG는 이틀 만에 FA 정상호와 계약을 맺으며 1군 포수 라인업을 결정지었다.


※ 정상호 FA 영입관련 대상 20인 외 보호선수 후보 (색과 순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예상을 통한 분류)


물론, 이번 계약은 그 자체로 좋은 영입이다. 정상호는 두산 최재훈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강한 송구력을 지니고 있고,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장타력도 일품으로 건강하다면 김재성과 이상적인 세대교체가 될 수 있다. 2차 드래프트 3라운드의 선수를 가지고 FA 계약을 왈가왈부한다는 자체도 어불성설. 그러나 리빌딩으로 기조를 삼았다면 현재 포수진에 뎁스가 깊은 팀의 20인 외 선수를 소모하며 33세의 베테랑을 잡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감이 있다. 성적과 미래 모두를 잡는 리빌딩이란 팀의 암흑기 시절 주로 내세우던 구호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산 베어스 - 시작도 하지 않은 스토브리그

IN : 박진우, 임진우, 정재훈

OUT : 김응민, 장민석, 양현, 김상훈, 박종욱

 

2015년 두산 한국시리즈 우승의 원동력이라면 장원준 FA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역시 두산은 김현수와 커다란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또 주장을 맡았던 오재원도 소홀히 대할 수만은 없는 중대형급 FA. 다만 한 명은 미국 진출을 시도하며 국내를 떠나있고, 또 한 명은 훈련소에 입소에 계약을 진행할 수 없는 처지다. 김현수의 거취가 결정되기 전에는 오재원에 대한 오퍼도 확정할 수 없으니 어찌 외부 FA에 눈을 돌릴까?



일단, 눈앞에 일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무시무시한 야수 뎁스로 유명한 두산은 지난 3번의 2차 드래프트에서 총 15, 보상금은 36억으로 2위 넥센보다 약 9억을 더 벌었다. 그만큼 신중한 지명을 통해 제도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지난번은 허준혁의 반등으로 나름 재미를 봤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되었는지 이번에는 3번의 픽을 모두 즉전감에 가까운 투수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1라운드의 박진우는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1군과 2군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 중 한명이다. 비단 프로에서만이 아니라 건국대 시절부터 정교한 제구력은 정평이 나 있었다. 그에 비해서 옆구리 투수로 130km대의 느린 빠른 볼 스피드가 저평가의 원인이었는데 좌투수가 많아진 두산에서는 좋은 궁합일 수 있다. 삼성의 1라운드 출신 임진우는 140km 중반대의 묵직한 구위를 강점으로 하는 선수. 적지 않은 나이 입대 전 입대 후 팔꿈치 수술로 40인에서 제외되었다. 현재는 재활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두산 팬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정재훈. 지난해 장원준을 영입하면서 팀의 두터운 뎁스로 몸값 비싼 선수가 처분되고 말았는데 롯데에서 기대에 못 미쳐 씁쓸하지만 반가운 귀환이 됐다. 부진했던 1군에서와 달리 2군에서는 언터처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으니 어느 정도 회복하는 모습을 기대해 보자.

 




SK 와이번스 - 협상은 실패, 남겨진 대안들

IN : 최정용, 김정민, 박종욱, 한화, LG, 롯데 20인 외 보상 선수 1명씩

OUT : 정우람, 정상호, 윤길현, 김웅빈, 김연훈

 

삼성 이전 공고한 왕조를 세웠던 SK는 그 속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던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작년과 올해 총 11명으로 가장 많은 FA 선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지난해 5명의 선수를 모두 잡는 기염을 토했다면 올해는 최대어 정우람을 비롯해 3명의 선수를 놓치고 말았다. 팀의 마무리와 주전에 가까운 포수가 나갔다는 자체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작년 정우람 한 명의 WAR 3~3.5승 내외로 계산된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SK에서 빠져나간 다른 두 명은 대체하기가 상대적으로 꽤 손쉬운 포지션이라는 점이다. 포수 자리는 실제로 정상호와 이재원이 거의 반반씩 나눠 맡았다. 이재원이 조금 비중을 높이고, 상위 유망주라고 할 만한 김민식과 이현석이 출장기회를 높인다면 SK 미래를 봤을 때 오히려 발전적인 기용이다. 윤길현의 자리는 파이어볼러 서진용과 군에서 제대한 정영일, 문승원 등이 힘을 보탠다면 극복 못 할 차이는 아니다. 그보다 박희수와 박정배가 정우람의 공백을 얼마나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지난 2년간 SK는 아직 미계약자인 박재상을 제외하고 10명 중 명의 선수를 지켰고, 불펜 선수들을 피하면서 대부분 오버페이와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 내년 가장 중요한 김광현에게 비축할 총알을 남겨뒀다고 하면 패자로 기억될 스토브리그는 아니다. 전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2차 드래프트는 장기적 시각의 유망주로만 구성했다.

 

최정용은 2014년 고교리그에서 미국행을 결정한 야탑고 박효준을 제외하고 NO.1 유격수라는 평을 받았다. 김정민은 같은 해 대학리그의 몇 안 되는 파이어볼러로 제구력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역시 같은 해에 지명된 두산표 고졸 포수 박종욱은 수비적인 툴이 매력적인 선수로 알려졌다.

 



넥센 히어로즈 - 예정된 이별, 영웅이 사는 법

IN : 김웅빈, 양현, 김상훈, 롯데 20인 외 보상 선수

OUT :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박헌도, 김태형, 배힘찬, 송신영,

 

NC가 지갑이 두둑히 채워진 이상적 프런트의 모습이라면 넥센은 적자 모면을 위해 필사적으로 뛰는 생계형 프런트다. 새로운 스폰서 계약부터 FA 재계약이 쉽지 않으리라 여겨졌고, 절대 효율을 추구하는 이장석 대표는 나이가 많은 유한준과 불펜 투수로 이닝 소화에 한계가 있는 손승락을 무리한 오퍼를 하고 잡지는 않았다. 대신 보상금과 나이로 이적이 쉽지 않았던 이택근을 적정가로 계약했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전력 강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유망주의 육성과 절묘한 스카우트를 통한 외국인 선수 영입이다. 긍정적인 요소는 2차 드래프트에서 나타나듯이 넥센은 최근 두산을 위협할 정도로 가장 급성장한 팜이라는 점. 작년 퓨처스리그 홈런 2위를 기록한 신고선수 출신 허정협과 탑 유망주 임병욱. 파워 하나는 박병호 못지않다던 강지광 등 다크호스들이 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야수 대니 돈은 고령대 트리플A 정복자라는 넥센 스카우트의 특징을 따르고 있다. 설령 이러한 가정이 얼추 맞아 나가더라도 4번 타자와 에이스를 잃은 공백을 채울지 모르나 풍족하지 않은 재정에서 합리성을 잃지 않는 넥센 프런트를 패자로 부르기는 너무 가혹하다.

 

2차 드래프트는 좋게 말하면 자신들의 기준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소신 지명했다고 할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보면 불확실성이 많게 느껴진다. 첫 번째로 뽑은 내야수 김웅빈은 울산공고 시절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뛰어난 운동능력과 빠른 성장세 등 잠재력이 엿보인다. 양현은 양훈의 동생이라 뽑힌 것은 아니다. 두산의 박진우처럼 사이드스로로 구위는 떨어지나 퓨처스리그에서는 꾸준히 인상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상무 합격도 플러스 요소.

 

우완 김상훈은 말 그대로 깜짝 픽이다. 경북고 출신 90년대생으로 부상과 입대(확실치 않음) 등으로 프로에서 뛴 이닝조차 많지 않다. 현재도 당장 피칭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이런 경우 대개 체격 조건과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선수가 많다. 프로에서 안 긁어본 복권이라는 게 장점이나 3라운드니까 해볼 만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