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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박석민 NC행, 오프시즌 승자와 패자(上)

'박석민 쇼크'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초대형 FA의 이동은 전체 프로야구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사건·사고가 많았던 2015시즌 그래서인지 2016년 스토브리그는 어느 해보다 깜짝 놀랄만한 이변이 거듭되고 있다. 연속적으로 이어진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을 통해 내년 시즌 성적이 대략 예상이 가능하다고 할까? 그렇다면 선수가 아닌 프런트가 뛰는 스토브리그에서 MVP급 활약을 한 구단은 어디일까? 지난 시즌 기록을 정리하며 승자와 패자를 가늠해보자.





NC 다이노스 - 자금력을 보유한 명품 프런트

IN : 박석민, 윤수호, 김선규, 심규범

OUT : 박진우, 윤대영, 20인 외 보상 선수


기민한 움직임으로 트레이드 시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넥센을 두고 야구팬들은 한국의 머니볼이라며 칭송하곤 했다. 그런데 사실 NC도 팀 창단이래 대부분 현명한 판단으로 팀의 가치를 향상시킨 팀이다. 그리고 올해 원소속 구단 협상 마지막 날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박석민이 시장에 나오자 NC는 망설이지 않고, 자금을 풀어 오프시즌의 승자가 됐다. 



박석민은 수비력을 제외하면 최근 4년 김현수보다 높은 팀 공헌도를 보였다. 야수가 다소 저평가되는 국내 FA 시장에서 최정과 박석민의 86억(옵션 제외) 계약은 적정가 이하다. 지난해 리그 평균보다 OPS가 0.76가량 낮던 3루 포지션은 박석민의 합류를 통해 팀의 강점이 됐다. 좌타자인 테임즈와 나성범 사이에 우타자 박석민이 포함된다면 박병호가 미국으로 떠난 지금 최고의 클린업 트리오가 될 것이다. 보상 선수로 배재환, 구창모 등을 삼성에 보내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을 성공이 보장된 영입이다. 벌써 NC를 우승후보로 꼽는 미디어의 반응이 마냥 설레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투수만 3명을 지명한 2차 드래프트도 나쁘지 않다. 1라운드의 윤수호는 대학 시절부터 퓨처스리그에서까지 성적 자체는 좋지 않지만, 140km 중후반의 빠른 볼을 보유해 스카우트들이 선호하는 유형이다. 반대로 3라운드의 심규범은 구위는 좀 떨어져도 좌완원포인트로 활용도가 있는 전력감으로 평가된다. 김선규는 이미 올해 1군 계투로 한몫 했는데 FIP를 보자면 3.13의 평균자책점은 다소 운이 따랐다. 그래도 그간 1, 2군에서의 커리어를 보자면 내년 도움이 될 자원임이 분명하다.





kt 위즈 - 적절한 투자로 막내티 벗어낼까?

IN : 유한준, 이진영, 김연훈, 이상화

OUT :윤수호, 이윤학, 양형진, 윤여운


외국인 타자 마르테-블랙 듀오의 활약, 박경수의 각성 등 몇몇 호재에도 불구하고 kt는 기존 9개 구단과 비교하면 역부족인 전력으로 여겨졌다. 포지션의 대부분은 리그 평균보다 타격 생산력이 떨어지고, 외국인 타자를 2명 가져가면서 선발진의 구멍은 더욱 커졌다. 당분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다행히 모 구단 kt의 지갑이 열리면서 광명이 비추기 시작했다.


30대 중반 유한준의 영입은 장기적으로 팀을 성장시키진 못할지라도 kt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팬서비스가 된다. 유한준의 wRC+는 풀타임을 뛰기 시작한 이후 대부분 100 이상을 상회했고, 최근 상승세에 있다. 여기에 리그 최상급 수비수로 적어도 2~3년간은 연봉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해줄 확률이 높다. 게다가 보상금이 8억4000만원으로 중대형급 FA 중에 매우 저렴에 표면적인 액수보다는 오버페이가 덜 된 금액이다. 어중간한 3명을 영입하기보다 10~20억을 더 투자해 유한준 한 명에 집중하는 게 승리를 따내기에 효과적인 방식이다.


2차 드래프트도 전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LG 캡틴 직을 맡았던 이진영은 엔간한 FA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출중한 기량을 갖춘 베테랑 외야수다. 비록 수비력과 타격이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이 떨어지더라도 기존 kt의 유망주급 외야수들과 타격에서의 노하우는 비교 불가다. KIA와 SK에서 뛰었던 김연훈은 다소 나이는 많지만, 안정된 수비력으로 박기혁의 뒤를 받치기에 넘치는 준수한 내야 자원이다. 이상화는 몸 상태가 정상리라면 3라운드에 스틸에 가까운 지명. 우완 투수로 평범 이하의 구위라고 지적받곤 하는데 아마와 퓨처스리그에서 이보다 더 뛰어난 투수를 찾기 어렵다. 투수 깊이가 떨어지는 kt에서 스윙맨 역할로 제 2의 정대현을 노려볼 만하다.


kt는 이번 오프시즌 수준급 야수 영입에 성공하면서 댄블랙 대신 3명의 외국인 투수 체제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했다. 밴와트를 시작으로 순조롭게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마친다면 5할 승률 도전도 불가능은 아니지 않을까? 이런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자체로 오프시즌의 승자라 불려도 될만한 자격이 있다.





한화 이글스 – 일관된 승부수, 지성이면 감천?

IN : 정우람, 심수창, 장민석, 차일목, 송신영

OUT : 김정민, 정광운, 20인 외 보상 선수 2명


정근우, 이용규, 권혁, 배영수,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까지 지난 3년간 한화가 FA로 영입한 선수들이다. 보장된 금액만 299억 5000만원으로 연간 70억이 넘는 금액을 외부 FA 영입으로 지출하는 셈이다. 또한, 박석민보다 나이가 3살 많고, 수비 포지션이 없어져 가는 김태균에게는 보상금으로 인한 협상에 유리함을 안고 있음에도 84억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지출했다. 냉정히 보자면 오버페이된 금액이 많고, 비효율적인 영입이라고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작년 유창식, 양훈 트레이드를 비롯해 올해 심수창 영입은 보상 선수와 비교해 프런트가 얼마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구단을 운영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를 오프시즌의 승자 중 한 명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목표의 일관성이다. 한화는 2008년 5위로 5할 승률을 달성한 이후, 2009년부터 6년간 뒤에서 두 번째 이상의 순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기간 동안 냉각기에 가까울 만큼 구단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류현진이 미국에 가고, 김응룡 감독이 부임하고서부터 이러한 방식의 고액 외부영입이 시작됐다. 그리고 작년 리그 6위 .472의 승률은 혹사 논란을 불러왔다고 해도 그 성과가 나타난 셈이다.



올해 영입도 효과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영입이다. 정우람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오승환을 제외하고 가장 뛰어난 릴리버였고, 작년에도 FIP로 계산 시 가장 높은 WAR 수치를 기록했다. 후반기 부진했지만, 85년생의 나이는 노쇠화를 걱정하기 이른 나이다. 심수창도 작년 4.12의 낮은 FIP를 보면 신성현, 장운호, 김범수 등 한화가 내놓을 수 있는 보상 선수 유망주보다 당분간은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현재 한화 팬들의 열렬한 야구 열기를 등에 업고 가을 야구 진출에 성공한다면 마케팅 비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입을 봤을 때 올해 오버페이 된 금액 이상의 효과를 거둘 여지도 충분히 있다. 2일 로저스의 재계약 소식은 그토록 염원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까워져 옴을 말해주는 듯하다.


2차 드래프트도 곧바로 승부를 보겠다는 한화의 일관된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1라운드의 장민석은 야구 센스가 좋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눈에 띄게 빠른 주자이고, 퓨처스리그 신성현(91타석)을 제외하고 어떤 한화 타자(50타석 이상)보다 높은 OPS를 기록했다. 두산에서와 달리 훨씬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2라운드 차일목은 전반적으로 기량 하락 폭이 컸던 선수지만, 백업 포수로 포구, 공격력 등은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상호를 지나치고, 정우람 영입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지명이다. 송신영도 작년 기량을 유지한다고 보면 피로가 심한 한화 계투진에 보탬이 될 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