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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2015 외국인 선수 효율, 한화 로저스의 가치는?

한화가 과감한 오퍼로 로저스와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전체 외국인 선수 연봉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화의 2015시즌. 한 해를 돌아볼 때 가장 큰 소득은 뭘까? 아마도 외국인 투수 로저스의 활약이 아닐까 싶다. 한화는 최근 성공적인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라고 할 만한 예를 찾기 어렵다. 2007년 세드릭 이후 150이닝을 넘긴 두 명의 투수 이브랜드와 앨버스는 모두 5점대 중반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올해 성공적이라고 하는 탈보트 조차 로저스가 영입되기 전까지 107.0이닝 동안 5.80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었다.


이러한 참혹한 실패 속에서 한화는 이전과 비교되지 않는 투자로 승부수를 띄웠다. 시즌 중반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무려 70만 달러의 연봉을 체결한 로저스는 10경기 중 4번의 완투 2.98ERA 3.20FIP를 기록하면서 전체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스탯티즈 기록실의 WAR 계산에 따르면 겨우 시즌의 3분의 1정도를 소화했음에도 역대 한화의 선발 투수 중 가장 큰 팀 공헌도(WAR)를 나타냈다. 만약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면 로저스의 연봉이 70만 달러가 아닌 100만 달러여도 아깝지 않은 투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화의 오프시즌 당면과제는 로저스와의 재계약이 되었다.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거액을 들여서 계약한 선수이고, 일본의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 등이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적절한 시장가를 논하는 일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전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로저스는 한화에 2년간 600만 달러의 금액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과연 로저스에게 그러한 값어치가 있을까? 





외국인 선수의 금액 가치는 국내 FA 선수와는 다르다. 국내 FA 선수의 대체 요원이 1군 백업과 2군 최상위 레벨 사이라고 하면 외국인 선수의 대체 자원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에서 동등함에 가까운 다른 외국인 선수다. 수요와 공급이 전혀 다른 시장이기에 몸값 비교는 국내 FA가 아닌 외인 선수들 사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2015년 야수와 투수를 포함한 41명의 외국인 선수는 총 127승가량의 WAR 공헌도를 보였다. (WAR은 FIP, wOBA를 기반, 대체 레벨 기준은 600타석당 30점으로 낮춘 후 MLB 밸런스) 그리고 2015년 외국인 선수들의 발표된 계약금과 연봉을 모두 합산하면 2322만 달러에 달한다. 외국인 선수는 1승당 18만2500 달러가 투자되는 셈이다.


8월 1일 입단한 로저스의 WAR을 시즌 전체로 변환하면 8.5승으로 계산된다. 물론, 로저스가 내년 올해 활약에 비례해서 30경기 200이닝 이상에 육박하는 투구량을 소화하며 3점대 내외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리란 보장은 없다. 이닝당 평균 7.52이닝은 정상적인 경기 운영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등판이며 시즌 마지막 5번의 등판에서는 35.1이닝 4.33ERA 4.30FIP로 성적이 하락했다. 류현진이 2012년 미국으로 떠나기 전 WAR은 7승 내외 통산 평균도 이와 비슷하다. 벤헤켄과 에릭 해커의 올해 WAR 역시 7점대 초중반. 로저스의 내년 예상 WAR도 긍정적으로 볼 때 7승 언저리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겨우 130만 달러 내외로 예상 계약액보다 훨씬 떨어진다. 추가로 보정할 계산 값은 리그 평균값까지만 외국인 선수의 승리당 시장가로 계산한 후에 이득이 되는 승수를 FA 선수들의 시장가로 하는 방법이 있다. 로저스는 리그 평균보다 4승가량을 기여할 잠재력이 있고, 대어급 FA의 1승당 FA금액은 4~5억으로 계산될 때가 많다. 나이가 많은 윤성환은 약 4억, 상대적으로 어린 장원준은 4.7억 가량으로 계산됐다. 리그 평균 몸값에 4승X4억을 더하면 194만 달러, 단기 계약이므로 조금 더 오버페이 한다면 230만 달러까지 시장가가 형성될 수 있다.





단, 한가지 간과하면 안 될 사항이 있다. 국내 구단에서 외국인 투수 계약에 할당하는 금액이 무한정하지는 않다. 올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평균 계약액은 232만 달러. 한 선수에게 이에 버금가는 지출을 하면 나머지 선수의 예산은 자연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한화가 로저스에게 220만 달러에 계약 후 두 명의 선수에게 50만 달러씩만 투자해도 작년 두산이 5명의 선수에게 지급한 315만 달러를 넘기게 된다. 올해 50만 달러 이하에 계약한 선수들의 평균 WAR은 약 2.2로 0.85 이상 낮다. 이를 그대로 반영하면 160~185만 달러의 금액이 더 적절한 시장가가 된다.






야수 중에 테임즈는 충분히 2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받을 만한 활약을 했다. 실제로 올해 놀라운 타격이 이어진다는 확신이 없지만, 작년 100만 달러보다 큰 폭의 연봉 상승률을 기록하리란 예상은 지극히 당연하다. 삼성 나바로의 재계약 여부도 관심사다. 나바로 역시 15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이기에 프런트가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일본 구단의 오퍼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KIA의 브렛 필은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선수다. 몸 값 대비 효율성으로 따지면 재계약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허나 WAR 자체로 보면 리그 평균 이상으로 컨택 능력과 타격이 준수해 안정적인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트리플A 시절 좋았고, 옆구리 투수 공략 등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에 내년 성적 향상이 기대되다, 변수는 이범호와의 공존. 재계약 후 수비력에 대한 목적으로 1루 포지션 변경을 시도한다면 외국인 선수 교체도 납득이 가는 선택이다. 3루 포지션의 외국인 야수 성공률이 상당히 저조하지만 말이다.



로저스, 나바로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 계약 금액이나 재계약 여부에 확실한 정답은 없다. 관건은 선수의 기량 측정, 몸 상태 등과 더불어 팀이 나아갈 방향이 어떠한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아닐까 싶다. 두산이 작년 니퍼트에게 과감한 투자를 한 후 가을에서야 비로소 빛을 본 것도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