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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역대 최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스코어가 의미

두산의 허술한 플레이는 한국시리즈 1차전 영웅을 허경민이 아닌 나바로로 만들었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이 두산에 간발에 차로 승리를 거뒀다. 도박 스캔들로 큰 상처를 입은 삼성에는 그나마 치유가 되는 경기다. 반면 4~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자멸한 두산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7회말 함덕주의 교체 타이밍과 오재일의 실책은 시리즈 전체의 하이라이트가 될지도 모른다.


한편 두산 패배에 의미심장한 장면은 승기를 잡았던 6회초 공격 장면에도 숨어있다. 6:4로 앞선 가운데 삼성의 첫 불펜 투수 박근홍이 흔들리면서 연속 사구로 무사 1, 2루 절호의 찬스를 잡는다. 여기서 선택한 코치진의 작전은 희생 번트. 허경민이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김현수가 적시타를 치면서 8:4로 승기를 잡는 듯했다. 경기 중후반 희생 번트는 전혀 무리한 작전도 아니고 WPA상으로도 두산의 승률이 0.1%가량 아주 미세하게 상승한다.


다만 희생 번트를 댄 선수가 이날 선제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로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허경민이었기에 이견의 여지가 있다.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폭발적인 타선을 보유한 팀이고, 올해는 역대 손에 꼽히는 타고투저 시즌이다. 4점이라는 점수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차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하는 투수진이 한화와 함께 유일하게 5점대 FIP를 기록했던 두산이라고 하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두산의 필승조는 후반기 이현승과 함덕주를 제외하면 크게 믿음을 주지 못했는데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한 함덕주가 부진하면서 더욱 불안정했다. 안지만과 임창용이 빠진 삼성과 비교하면 어떨까?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훨씬 낮지만, FIP는 4점대 중반으로 거의 비슷하다. 만약 차우찬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되면 누가 우위에 있는지 평가하기 애매해진다. 





결국, 나바로를 위시한 삼성은 역전을 만들어냈고, 9:8이라는 스코어는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최다 득점이 됐다. 정규리그 1위 팀 에이스가 선발로 등판하고,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첫 경기에서 많은 득점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어느 해보다 투수력이 떨어지는 특수성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두산의 번트 작전은 정석이지만, 최선의 수는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산이 크게 절망할 시기는 아니다. 두산의 타선 역시 삼성 이상의 저력이 있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원정 기록을 보면 두산은 최근 몇 년 간 항상 리그 상위권을 유지해 보이는 기록보다 대단한 타격임이 드러난다. 또 '삼성 킬러'로 유명한 니퍼트가 살아난 선발진은 스와잭 공백 이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차우찬이 불펜에서 많은 경기를 뛴다면 선발진의 양에서 삼성이 우위를 갖지 못하기에 시리즈 전망을 정말 예상하기 어렵다.


한가지 자신할 수 있는 부분은 투수진의 차,포가 빠진 삼성이라고 해서 두산에 전력이 밀린다거나 1차전 패배로 두산이 좌절하기는 이른 시기라는 점이다. 비록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시리즈이나 팽팽한 무게의 추로 인해 더욱 박빙의 시리즈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