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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화 대체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 최근 4년간 기록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한화 이글스가 지난 1일 유먼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도미니카 출신 에스밀 로저스(Esmil Rogers)와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선수의 명성보다도 금액의 크기 자체로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한화는 시즌 초 탈보트와 유먼에게 각각 60만 달러와 47만 5000달러, 외국인 야수 모건에게 7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대체 선수 폭스의 계약금은 겨우 12만 달러. 외국인 선수 교체가 쉽지 않다는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가 겹쳐져 한화는 더 이상로 큰 금액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정규 시즌의 3분에 2가량을 소화한 시점에서 70만 달러는 외인 최고 연봉인 니퍼트의 150만 달러보다도 훨씬 고액이다. 참고로 로저스의 에이전트와 CBS 스포츠의 존 헤이먼은 로저스의 실제 몸값이 100만 달러라고 언급했다. 과연 로저스가 어느 정도 투수이길래 한화가 이런 베팅을 했을까?


2003년 국제계약으로 콜로라도와 계약한 로저스는 투수가 아닌 유격수 자리에서 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도미니카 썸머리그에서 3년간 2할 언저리의 타율과 5할 중반의 OPS를 기록하는 등 타자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결국, 2006년 강한 어깨를 살리는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는데 야수 시절과 달리 눈에 띄는 성장 속도로 스카우트를 만족시켰다. 20살의 나이로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네 단계의 레벨을 각각 1년 만에 통과했고,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더블A 텍사스리그 최고의 컨트롤 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빅리그 데뷔 경기를 갖고 다음 해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게 됐는데 이는 웬만한 상위라운드 대졸 투수보다 빠른 페이스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로저스는 투수로서 경험이 부족한 투수였기에 제구력에 비해 경기 운영 능력이나 견제, 수비력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준수한 FIP에 비해서 6, 7점대로 참혹한 ERA를 기록했다. 투수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도 리그 적응에 애를 먹게 하는 요소였다. 로저스는 2010~11년 동안 홈에서는 58.2이닝 동안 8.81ERA .990피OPS, 원정에서는 5.34ERA .810피OPS로 차이가 매우 크다. 이런 불리한 점들을 고려한 로저스의 승리기여도(팬그래프의 WAR)는 1.2로 상당한 수준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적이 워낙 형편없었다. 로키스는 2012년 중반 로저스를 지명할당했고, 클리블랜드로 이적하면서 저니맨 생활이 시작됐다. 2010년 이후 로저스의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로키스에서 불펜으로만 8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난타당했던 로저스는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53이닝 3점대 극초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로 선전했다. 이후 토론토에 트레이드되어 시즌 중반부터 선발로 기회를 받았는데 20경기 106.2이닝 동안 4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로 극도의 투고타저 리그에서 선발로 남기는 조금 부족했다. 불펜 투수로 등판했을 시 gmLI도 0.7이 잘 넘어가지 않아서 경기 승패와 거리가 있는 패전조에 가깝다. 로저스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수 중 메이저리거로서 평균 이상의 커리어를 쌓은 것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허나 스와잭과 비교해도 성적에 우위를 갖지 못하고, 역대급 몸값을 받을 만큼 독보적인 활약을 했는지는 의문이 있다.


대신 최근 트리플A에서 활약과 국내 리그 성공에 가장 밀접한 지표라고 말해지는 삼진, 볼넷 비율은 상위권 외국인 투수의 범주에 들만하다. 프로필상 192cm 90kg의 균형 잡힌 체격, 1985년 5월생으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 평균 140km 중후반, 최고 150km 이상의 스피드가 나오는 빠른 볼, 나쁘지 않은 제구력과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스카우트가 반할만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단지 좌타자를 상대로 한 피칭이 기록상 약점으로 파악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체인지업 구사 능력이 떨어져 선발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1년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우타자를 상대로는 3.46의 FIP .726의 피OPS로 타자를 꽁꽁 묶었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결정구가 없어서 피해다니는 피칭으로 볼넷 수치가 두 배 이상 늘면서 4.25FIP 8할 초반의 피OPS를 기록했다. 로저스는 넥센 같은 우타자 편향의 타선을 상대로는 에이스로 면모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삼성과 NC 같은 팀을 만나면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기용의 묘가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FIP로 보자면 로저스의 좌타자 상대 기록도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그리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로저스는 마이너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도 FIP 대비 ERA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앞서 말했듯 이런 성향이 픽오프 능력을 비롯해 투수 외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가 메이저리그보다 확실히 도루 시도 빈도가 높은 리그인 만큼 코칭 스탭의 지도와 이를 받아들이는 선수의 태도가 중요한 부분이다.



총괄해 한화가 로저스에게 너무 많은 돈을 지출했다는 의견에 대해서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한화가 플레이오프 진출과 다음 시즌 재계약에 실패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는 영입이다. 반대로 한화가 가을 야구에 진출하거나 내년 재계약을 위해 좋은 투수를 얻었다고 하면 10억가량의 투자가 무조건 낭비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로저스는 커리어나 구위, 나이까지 고려해 에이스급 투수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고 실제로 빼어난 피칭 능력을 갖췄으리라 추측한다. 단, 10경기 남짓한 경기에 기량 외적으로 얼마든지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피칭 외적인 능력치가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100% 만족스러운 성적을 장담할 수는 없다. 적응에 필요한 시간은 누구나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에스밀 로저스의 메이저리그 피칭 동영상


2015년 릴리버로 2.2이닝 무실점 피칭



2013년 보스턴 상대 6이닝 무실점 완벽투



로저스 MLB 하이라이트 피칭



2015년 투구 후 더블 플레이 연결 동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