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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지난 5년간 트레이드 승자와 패자는?

지난 31일일 트레이드 마감일이 조용히 지나갔다. 메이저리그에서 데드라인 시기 3일간 20건의 딜이 완료됐음을 비교하면 많이 심심한 결과다. 이러한 현상은 유독 심한 순위 경쟁과 단일 리그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프런트의 소극성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짐작된다.


 



위는 2010년 이후 선수대 선수의 팀당 트레이드 횟수를 정리한 표와 그래프다. 6년간 평균 4.5회의 트레이드밖에 일어나지 않아서 리그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워낙 움직임의 빈도가 낮다 보니 미국 매체처럼 1년 단위로는 트레이드의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의 이적생 기록을 비교하면서 트레이드 결과 품평을 해보기로 했다. 


어느 팀이 이득인지 따지기보다 왜 트레이드가 필요한지 설명하기 위한 글임을 미리 말씀드린다. 아래 정리한 표도 영입 전후 3년간에 한정되고, 포지션, 수비, 주루 등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한 참고용일 뿐이다. 










넥센 히어로즈 - 트레이드 시장의 치트키

주요 트레이드 : 2010.7.22 김민성, 김수화 <-> 황재균 / 2010.12.22 이정훈, 박정준 <-> 고원준

2011.7.31 박병호, 심수창 <-> 송신영, 김성현 / 2012년 이성열<-> 오재일 / 최경철 <-> 전유수

2012.11.20 임창민, 차화준 <-> 김태형 / 2013.11.26 윤석민 <-> 장민석 2015.04.08 양훈 <-> 이성열, 허도환


구단 존립 자체가 위기였던 히어로즈는 2009~10년 팀의 기둥인 장원삼, 이택근, 황재균, 이현승, 고원준 등을 현금 트레이드하며 시장 질서를 무너뜨렸다. 암흑기를 겨우 벗어난 히어로즈 프런트는 절치 부심. 구단주가 직접 야구를 배우고, 스카우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다른 구단 프런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적이고 단순한 지휘 체계와 기록과 실전을 아우르는 전문성은 시장의 치트키와 같은 역할을 했다. 가장 큰 결실은 2011년 데드라인 박병호로 넥센이 강팀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 움직임이다. WAR로 봐도 득점 생산력으로 봐도 연간 5승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그렇다고 넥센이 항상 이문이 남는 트레이드만 했던 것은 아니다. SK에 최경철을 받고 전유수를 내줬다거나 임창민, 김병현, 지석훈 트레이드도 결과적으로 실이 많았던 딜이다. 그러나 과정을 보면 대부분 방향성이 좋았고, 영입된 선수나 나간 선수나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게 드러난다. 근래 히어로즈의 야구단 운영은 리그를 선도하는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다.



SK 와이번스 - 무리하지 않는 과감함

2010년 안치용, 최동수, 이재영, 권용관 <-> 박현준, 김선규, 윤요섭 

2012년 최경철<->전유수 /  2013년 송은범, 신승현 <-> 김상현, 진해수

2014 조인성 <-> 이대수, 김강석/ 2015 정의윤, 신재웅, 신동훈 <-> 임훈,진해수,여건욱


SK는 국내에서는 트레이드를 그리 망설이지 않는 구단에 속한다. 2010년 선수 면면을 보면 크게 득을 본 트레이드 같지는 않지만, SK 왕조 시절 마지막 우승의 퍼즐로 꽤 활용된 선수들이다. 김성근 감독이 유망주를 주고,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올해 유창식 트레이드와 닮았다. 그 외 전유수, 진해수 등의 영입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남는 포수 자원인 최경철과 조인성을 보낸 것도 내부적으로 팀을 건강하게 한다. 이재원이 제대 후 무난히 정착한 배경에는 이런 자잘한 교통정리도 한 몫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정의윤, 신재웅 영입도 결단력이 있었기에 실행된 결과. 이 정도 실행력이면 국내에서는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편 SK에서 나간 선수들은 FIP와 달리 ERA에서 큰 폭에 하락이 있었다. 이는 왕조 시절 독보적이던 SK 수비력이 투수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보여주는 방증.



NC 다이노스 - 소소하게 시기적절

2012.11.20 임창민, 차화준 <-> 김태형(유망주)

2013.04.18 지석훈,이창섭 <-> 송신영,신재영 / 2015.06.21 용덕한<->오정복, 홍성용


2013년 1군에 진입한 NC는 1년에 한 번꼴로 트레이드를 실행 중이다. 연수 대비로 보면 리그 평균적인 횟수로 빅딜이라고 할 만한 규모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트레이드가 시간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고, 이번 시즌 NC가 외국인 투수 두 명으로도 선두권 경쟁을 하는 추진력이 되고 있다. 그 대상이 된 선수가 넥센에서 주로 백업이나 2군에 머물던 지석훈과 임창민이었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이유를 2015년 NC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롯데 자이언츠 - 커다란 한 방, 과정은 감점

2010년 황재균 <-> 김민성, 김수화 / 고원준 <-> 이정훈, 박정준

2012년 용덕한 <-> 김명성 / 2013년 장성호 <-> 송창현

2015년 박세웅, 이성민, 안중열, 조현우<->장성우, 윤여운, 최대성, 이창진, 하준호


구체적으로 기록을 합산한다면 롯데는 트레이드로 가장 많은 득을 볼 팀으로 추정될 듯하다. 위 계산에서 영입 후 3년이 지난 2014~2015년의 황재균은 눈부신 활약을 했고, 내년 시즌 복귀할 고원준도 팀에 복귀한다면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허나 2010년 히어로즈의 마지막 바겐 세일을 상대 프런트의 능력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2015년 박세웅과 장성우가 포함된 빅딜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자신이 활용할 수 없는 거물급 포수 유망주로 신생팀들인 kt와 NC의 1차 지명 투수와 맞바꿨다. 설령 장성우가 국가대표 주전 포수가 되어도 롯데가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강민호와 장성우는 스타로서 공존이 불가능에 가깝고, 박세웅은 롯데 선수로서 장성우의 존재감 이상을 이미 마운드에서 어필하고 있다. 이것이 트레이드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LG 트윈스 - 편견과 비아냥? 실적으로 말한다

2010년 박현준외 2명 <-> 안치용외 3명 / 2011년 유원상, 양승진<->김광수

2011년 박병호, 심수창<->송신영, 김성현 / 2012년 손주인외 2명 <->김태완외 2명 

2013년 최경철<->서동욱 / 2015년 이준형 <-> 박용근, 윤요섭 

2015년 임훈, 진해수, 여건욱 <-> 정의윤, 신재웅, 신동훈



LG는 2009년 대표적 실패인 김상현에 이어서 박병호 트레이드까지 뼈아픈 기억 때문에 트레이드를 못 하는 팀이란 이미지가 있다. 확실히 LG가 내보낸 선수들은 이적 후 더 뛰어난 활약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배 아픈 기준이라면 트레이드에 실패한 팀. 또 초기 외야 빅5 시절 등 중복 투자가 많아 선수의 활용과 육성 면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LG 역시 영입한 선수들이 전 소속팀에서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고, 대부분의 트레이드가 성공적이었다. 만약 박현준과 김성현이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LG는 확실히 트레이드에 성공한 팀이라는 이미지가 생기지 않았을까? 참고로 LG가 영입한 투수들은 잠실에서 홈런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잠실의 특수성은 트레이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KIA 타이거즈 - 기대에 못 미친 투수들, 원인은 수비?

2010년 안영명 <-> 장성호 / 2012 조영훈 <-> 김희걸

2013년 송은범, 신승현 <-> 김상현, 진해수 / 2014년 김병현 <-> 김영광

2015년 유창식, 김광수, 오준혁, 노수광 <-> 임준섭, 이종환, 박성호


조영훈 트레이드를 제외하고, KIA는 꾸준히 투수진 영입에 열을 올렸다. 안영명, 송은범, 유창식 등등 젊은 투수 영입은 팬과 전문가들에게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나마 넥센이 연봉 비우기식 트레이드가 된 김병현 영입이 쏠쏠했으나 선발 투수의 체력 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이사항은 FIP와 ERA의 차이. SK에 나간 선수들이 평균자책점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인 것처럼 수비력이 약한 KIA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극과 극의 수비력을 경험한 송은범의 페이스 하락은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올해 KIA의 상승세에는 김호령, 박찬호 등 루키들의 수비에서 기여가 큰 의미가 있다.



삼성 라이온즈 - 디펜딩 챔피언, 트레이드의 필요성 결여

2012 김건한 <-> 조영훈 / 김태완, 노진용, 정병곤 <-> 손주인, 현재윤, 김효남

2013 이상훈 <-> 길태곤


삼성은 지난 6년간 한 번도 팀 전력에 영향을 주는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세 번의 트레이드는 모두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을 보내는 형식이었고, 마찬가지로 백업 역할의 선수를 받아왔다. 삼성이 이렇게 트레이드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투타 조화로운 전력을 갖추다 보니 괜스레 팀케미스트리에 영향을 주는 움직임을 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또 적절한 배분으로 슈퍼루키 구자욱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별다른 토를 달기 어렵다.



한화 이글스 - 움직임은 있으나 실속은 없는

2010 마일영 <-> 마정길 / 장성호 <-> 안영명 / 김광수 <-> 유원상, 양승진

2013 송창현 <-> 장성호 / 길태곤 <-> 이상훈 / 2014 조인성 <-> 이대수, 김강석

2015 이성열, 허도환 <-> 양훈 / 임준섭외 2명 <-> 유창식외 3명


삼성이 강력한 전력으로 트레이드에 대한 절실함이 없는 팀이었다면 한화는 선수 부족으로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팀이었다. 넥센처럼 성공적인 영입이 되었으면 좋겠으나 협상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는지 송창현 영입을 제외하면 실패에 가까운 결과가 많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화의 수비력이나 기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선수가 활약하기에 어려운 환경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야심 차게 영입했던 김광수가 KIA로 가서야 한화가 기대했던 역할에 부응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뼈아픈 사실이 아닐 수 없다. 2015년도 외부에서 보기에 다소 무리한 트레이드. 팀의 방향 설정이 현실과 조금이라도 괴리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두산 베어스 - 직무유기는 곡 낙제점

2012.06.17 김명성 <-> 용덕한 / 2012.7.09 오재일 <-> 이성열 

2013.11.26 장민석 <-> 윤석민


두산은 10개 구단 중 야수 깊이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중복 자원이 많다 보니 종종 트레이드 루머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 최근 6년간 트레이드 횟수, 영입하고, 보낸 선수의 숫자가 가장 적다. 그나마 행했던 트레이드도 전력상으로 보자면 의미 불명. 팀의 유일한 약점 포지션이라던 3루 자리의 윤석민을 보내고, 제대한 박건우와 충돌하는 장민석은 왜 영입한 걸까?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오재일은 두산 시절 이성열보다 타석 수가 적다.


무엇보다 유망주가 꽃필 시점에 포지션 중복이 심화됨에도 불구 프런트가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게 뼈아프다.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도 아니고, 투타 균형이 조화롭지도 않다. 만약 두산의 선수 자원이 넥센 프런트에게 주어졌다면 어떠했을까? 확실히 더 많은 트레이드가 발생했을 것이고, 지금보다 강력한 팀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감독의 자리만큼 프런트도 책임지는 자리가 되어야 선수와 팀이 상생하는 프로야구의 발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