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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AGAIN 1993?' 전반기 루키 랭킹(7월 22일 자)

1993년 프로야구에는 역사에 남을 걸출한 내야수 두 명이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유격수로 화려한 수비와 빠른 발을 자랑하던 해태 이종범과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완숙한 타격을 자랑하던 삼성의 양준혁이 그 주인공이다. 타고투저 식을 줄 모르는 2015시즌에도 강정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넥센의 김하성과 이승엽의 뒤를 이어 새로운 삼성의 얼굴로 떠오르고 있는 구자욱이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그 외에도 어떠한 유망주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지 전반기 루키들의 활약을 정리해 보았다.


선수 범위는 KBO 신인 자격 기준인 입단 후 5년 이내 작년까지 1군 60타석 30이닝 이내인 선수로 한정한다. 야수는 wOBA, 투수는 FIP와 피wOBA를 50 : 50으로 반영해 승리기여도(WAR)를 구해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wOBA와 FIP 계수는 THE BOOK의 저자 톰 탱고가 공개한 방식으로 전반기까지의 시즌 수치를 적용했다.

 

수비는 임의로 점수를 매기되 ±0.3승 이내를 넘지 않도록 하였고, 주루는 스피드스코어(도루 성공, 도루 시도, 3루타 비율, 출루시 득점 확률, 병살 아웃 빈도, 레인지팩터 등 6가지 항목을 수치로 평균을 내 기동력을 측정하는 스탯)에 경기 수를 보정한 값으로 추정했다. 09~13년 파크팩터를 적용하였고, 신축, 리모델링한 kt, 한화, KIA는 중립구장으로 가정했다. 대체 선수 레벨은 야수는 600타석당 30점으로 낮추고, 선발과 구원 투수들의 계산은 MLB 계산법의 비율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조정하였다. 참고로 KBREPORT는 MLB와 같은 대체 기준이 적합하다는 계산을 하였지만, 루키이기에 타석이나 이닝을 중시한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해도, 평가 기준은 주관적일 수 있기에 하나의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1. 구자욱 1B-OF 93년 2월생 삼성 라이온즈

81경기 303타석 .336AVG .406OBP .545SLG 9홈런 12도루 6도실 51삼진 30볼넷 2.51WAR


채수빈과의 열애설로 야구계와 방송계를 뜨겁게 달군 구자욱. 실은 외모보다 눈부신 야구 실력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차세대 황태자라고 불리는 선수다. 유급 후 졸업반 시즌부터 고교 리그 최고의 타격을 보였고, 프로 입단 후 매년 1할 내외의 OPS 향상을 보이며 퓨처스리그를 마스터해나갔다. 워낙 컨택 능력과 선구안이 뒷받침된 선수여서 1군에서의 성공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단, 마른 체형으로 파워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였는데 전반기에서 이미 지난 2년간 상무에서 기록했던 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제 유일한 과제는 수비력. 구자욱은 고교 시절부터 2013년까지는 3루에서 뛰었고, 이후 1루와 외야로 전향했다. 올해는 채태인의 부상으로 1루수로 많이 출장했는데 스피드와 송구 능력 등을 고려하면 외야수가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외야, 1루, 3루 모두 평균 이상의 수비수로 보기 어렵다. 신인왕 라이벌 김하성에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면 단순히 타석 수라기보다는 수비에서 팀 기여도에 있지 않을까 추정해 본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2. 김하성 SS 95년 10월생 넥센 히어로즈

86경기 370타석 .281AVG .359OBP .478SLG 13홈런 11도루 3도실 80삼진 38볼넷 2.50WAR


시대를 풍미할 대형 유격수의 탄생? 프로에서 김하성은 계속해서 자신에 대한 편견을 깨나가고 있다. 야탑고 시절 양키스로 간 1년 후배 박효준의 존재로 2루수를 봤지만, 프로 1년 차에 남다른 센스로 유격수 포지션이 문제없음을 입증했다. 타격에서도 마찬가지. 강정호 해외 진출 후 넥센은 유격수 포지션의 공격력을 걱정해 윤석민의 유격수 전향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전반기에만 1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체격으로 인한 장타력에 대한 의심을 해소시켰다. 현재 제일 강력한 신인왕 후보일 뿐 아니라 유격수 포지션의 골든 글러브 후보이기도 하다.


김하성에게 관건은 체력 문제. 전반기 오지환과 함께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책임진 유격수로 실질적인 첫 풀타임 시즌을 고려하면 스탯 하락의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하겠다. 넥센이 트레이닝 분야에서 매우 앞서있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김하성이 후반기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완급 조절이 중요해 보인다.




사진 출처 - SK 와이번스


3. 박종훈 RHP 91년 8월생 SK 와이번스

20경기 11선발 62.0이닝 4.35ERA 4.48FIP 52삼진 31볼넷 2피홈런 .689피OPS 1.64WAR


김하성이나 구자욱과 달리 박종훈은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활약이 1군으로 이어진 예는 아니다. 오히려 47.1이닝 동안 4.75ERA 6점대 중반의 FIP로 타고 투저를 고려해도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그래도 전반기 박종훈의 활약이 플루크라고 하기는 어렵다. 2010년 전면 드래프트 2라운드 상위 지명자로 입단 후 김성근 감독의 총애를 받은 탑유망주였다. 빠른 볼 스피드는 130km대에 불과하지만, 손이 땅에 닿을 듯한 극단적인 언더스로 투구폼은 타자로 하여금 손도 못 될 무시무시한 구위로 느껴지게 한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의 구위를 입증하는 수치로는 적은 피홈런. 퓨처스리그 74경기 351.2이닝 동안 겨우 5개의 피홈런을 허용했고, 올해도 6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가장 적은 피홈런 비율을 기록 중이다. 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편없는 제구력은 1군 승격에 큰 장애가 됐다. 여전히 1군 선발 투수로 박종훈의 롱런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입장이지만 퓨처스리그 5년간 66번의 선발 기회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4. 임정호 LHP 90년 4월생 NC 다이노스

52경기 0선발 35.1이닝 3.82ERA 3.84FIP 39삼진 17볼넷 2피홈런 .573피OPS 1.24WAR


1군에 합류하기 전 NC 다이노스는 2013드래프트에서 경희대 손정욱, 성균관대 임정호, 동의대 이상민까지 3명의 대졸 좌투수를 지명한다. 이 중에서 임정호는 졸업반 64.2이닝 동안 46개의 사사구를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빠른 볼 스피드는 평균 130km 후반대로 구위가 강한 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NC는 임정호의 체격과 잠재력을 높이 사 상위라운드에 지명했고, 이번 시즌 좌완 동기 세 명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주로 좌타 스페셜리스트로 활용되고 있는데 15경기 단위로 등판 시 경기 중요도(gmLI)는 0.69->1.15->1.34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88cm 장신의 스리쿼터에 가까운 투구폼으로 던지는 빠른 볼과 슬라이더 조합은 스피드 이상으로 타자를 움찔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한 피안타율은 겨우 .143 OPS는 5할 초반대에 불과하다. 다만 임정호가 좀 더 긴 이닝을 책임지는 믿을맨이 되기 위해서는 제구력과 파워 모두 보강할 필요가 있다.




5. 김재윤 RHP 90년 9월생 kt 위즈

20경기 0선발 23.2이닝 3.80ERA 1.38FIP 30삼진 6볼넷 0피홈런 .594피OPS 1.20WAR


해외 복귀파로 2015드래프트에서 kt의 특별 지명을 받은 김재윤은 휘문고 시절 수비형 포수로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애리조나와 15만 달러에 계약한 후 하이A까지 승격되어 마이너리그에서 129경기를 뛰며 나름 무시 못 할 경력을 쌓았다. 따라서 자원이 부족한 신생팀 kt에서는 김재윤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허나 kt에 입단한 후 김재윤은 조범현 감독에게 투수 전향 권유를 받고, 선수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아마 시절부터 타격에는 한계가 있던 선수였기에 타고난 어깨를 자랑하는 김재윤에게는 결과적으로 탁월한 결정이 된 듯싶다.


185cm 건장한 체격의 김재윤은 평균 140km 초중반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진다. 경력을 감안하면 제구력도 준수한 편이다. 투수 전향 첫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6.2이닝 동안 1.62ERA 26탈삼진. 5월 중순 1군에 올라와서는 한화를 상대로 첫 블론을 하기 전까지 23.2이닝 동안 31탈삼진 1.11FIP를 기록하는 괴력투를 선보였다. 빠른 볼-슬라이더 투피치의 단조로운 구종, 포지션 변경에 따른 부상 위험 등 김재윤에게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 김재윤-장시환으로 이어지는 파이어볼러 필승조 발굴은 kt에게 있어서 기적 같은 횡재라고 할 만하다.




6. 조무근 RHP 91년 9월생 kt 위즈

20경기 1선발 34.1이닝 2.10ERA 3.57FIP 33삼진 16볼넷 1피홈런 .612피OPS 1.15WAR


2011드래프트에서 조무근은 미지명이 가장 아쉬운 선수로 꼽혔다. 그도 그럴게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198cm의 신장.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임에도 상원고의 에이스로 71이닝 동안 1.9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스카우트들은 조무근이 거구에도 빠른 볼 스피드가 140km가 잘 나오지 않는 등 원석으로서 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4년 후 성균관대를 졸업한 조무근은 졸업반 약간의 부진과 비슷한 이유로 2차 6라운드 중하위라운드에 지명됐다. kt에 입단한 조무근은 자신을 저평가했던 이들에게 항변이라도 하듯 팀의 필승조로 건실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변화의 비결은 입단 후 투구폼 수정이 컸다. 자신의 긴 다리를 활용하며 스트라이드를 길게 가져가면서 타자에게 더 가까운 위치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기본적으로 양호한 제구력과 평균 140km 내외로 향상된 빠른 볼 스피드, 아마에서 6년간 입증한 내구력 등은 조무근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7. 이현호 LHP 92년 7월생 두산 베어스

33경기 1선발 40.1이닝 4.69ERA 3.65FIP 50삼진 20볼넷 3피홈런 .681피OPS 0.90WAR


2011드래프트에는 미국에 진출한 우완 김진형을 비롯해 광주일고 유창식, 휘문고 임찬규, 경남고 심창민, 충암고 최현진 등 구위와 성적 모두를 만족시킨 고졸 파이어볼러 자원들이 눈에 띈다. 제물포고 이현호 역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학년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동기 최현진과 마찬가지로 부상으로 인해 존재감이 심히 미약했다. 상무에서도 최고 140km 중반 이상이 나오는 빠른 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의 위력은 살아났지만, 삼진보다 볼넷이 많을 만큼 고교 시절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다행히 2015년 이현호의 특별한 재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즌이다. 마치 퓨처스리그는 단지 자신의 구질을 시험하는 기간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1군에서 훨씬 뛰어난 성적으로 경쟁력 있는 피칭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현호가 팀의 핵심으로 믿음을 주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현호가 필승조에 가깝게 기용된 기간은 6월 초에서 7월 초로 짧고, 9.2이닝 6.75의 평균자책점으로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힘으로 온전히 타자를 압도할 정도가 아니라면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어느 정도 잡아야 두산의 귀한 좌완 계투로 가치를 인정받지 않을까?




8. 김성욱 OF 93년 5월생 NC 다이노스

69경기 95타석 .333AVG .389OBP .460SLG 2홈런 3도루 2도실 28삼진 7볼넷 0.57WAR


극소수 상위 지명 선수가 아니고서는 고졸 툴플레이어의 성공 여부는 참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진흥고 김성욱은 운동능력이 빼어난 전형적인 5툴 플레이어로 퓨처스리그에서 3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며 리그의 손꼽히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종합적인 타격 능력은 당장 구자욱에 미치지 못하나 장타자로서의 잠재력은 그에 못지않고, 외야 수비 능력은 이미 리그 평균 이상이다. 특히 송구능력은 명불허전으로 경기 후반 1점이 중요한 상황에 베테랑들 사이에서 대수비로 기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타격에서 아직 설익은 김성욱이 대수비로 기용되기보다는 타석에서 규칙적으로 기회를 받아야 할 시기라는 점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기용이 팀의 상ㅎ황과 선수의 미래 사이에 현실적 타협안이라고 해도 탑유망주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다.




9. 김동준 RHP 92년 3월생 넥센 히어로즈 

17경기 5선발 41.2이닝 4.75ERA 5.76FIP 25삼진 26볼넷 4피홈런 .773피OPS 0.47WAR


김동준은 시즌 초반 넥센이 투수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코칭 스탭이 대안으로 지목한 투수 유망주다. 부경고 시절에는 2학년 에이스로 43.2이닝 동안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유급 후 졸업반 난조를 보이면서 전체 9라운드 낮은 순번으로 프로 지명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평범한 성적이지만, 2군에서 꾸준히 등판을 했고, 빠른 볼 스피드가 140km 초중반까지 올라오면서 코칭 스탭의 눈에 들게 된다. 그리고 5월 10일 KIA전 첫 선발 등판까지 8경기 18이닝 2.00ERA 3.28FIP를 기록하자 팀의 새로운 5선발 후보로 떠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선발로 등판한 4경기에서 평균 4이닝을 못 버티고 강판, 8.59의 평균자책점과 6삼진 15사사구를 내주며 1군의 혹독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원래 보직으로 돌아간 김동준은 확실히 편안해진 모습을 보이나 릴리버로도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피칭은 아니다. 185cm의 신장과 두툼한 허벅지, 강한 어깨 등 눈에 보이는 김동준의 장점이 경기에 녹아들려면 조금 더 인내심이 요구된다.




10. 오승택 IF 91년 11월생 롯데 자이언츠

71경기 163타석 .273AVG .313OBP .453SLG 6홈런 9도루 2도실 50삼진 7볼넷 0.42WAR


오승택에게 있어서 2015년은 천재일우와 같은 해다. 지난해 오프시즌 롯데의 유격수 백업 자리는 신본기의 입대, 박기혁의 이적으로 생각지 못한 구멍이 났다. 여기에 롯데 프런트는 장원준의 이적에 반작용으로 FA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오승택에게 단독으로 자리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잠시 가능성을 보인 오승택은 타격에서 이 역할을 충분히 잘 소화해 내고 있다. 프로에서 경력을 쌓음에 따라 186cm의 마른 체형에 힘이 조금 붙었고, 23일 LG와의 경기에서는 한 경기 3개의 홈런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평균 이상의 빠른 발까지 고교 시절 왜 대형 유격수의 재목으로 불렸는지 납득이 간다.


반면 수비에서는 기존 내야수들의 공백을 느끼게 했다. 유격수를 포함해 내야 전포지션에서 뛰었는데 1루에서만 5개의 실책을 범했고, 송구 정확성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실은 타격에서도 6월 이후 60타석 .213의 타율 4할 후반대 OPS, 원정에서는 .156의 타율을 기록하는 극단적인 홈보이 성향을 나타냈다. 오승택이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인지라 코칭 스탭 쪽에서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형태가 되지 않도록 관리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