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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역대급 커리어? 앤서니 스와잭, 실질적 기대치는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두산이 지난 6월 13일 마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우완 앤서니 스와잭(Anthony Swarzak)과 총액 4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경기 수 대비 풀시즌으로 계산하면 대략 70만 달러로 시즌 중 계약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고액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통산 453.0이닝 평균자책점 4.45에 빛나는 현역 메이저리거의 커리어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선발로 세 경기를 치른 시점의 평균자책점은 4.76, FIP는 4.85로 썩 좋지만은 않다. 스와잭의 초반 흔들림이 단순히 적응 단계의 학습이 될지 커리어에 낀 거품이 드러난 것일지 미국에서 커리어를 통해 예상해보자.


노바 고등학교 시절 스와잭은 투수로 이상적인 193cm의 신장에 90마일 초중반의 빠른 볼을 뿌리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당연히 스카우트가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로 2004년 드래프트에서는 미네소타로부터 2라운드 전체 61번째로 상당히 높은 순번에 호명됐다. 프로에서도 스와잭은 기대치에 어긋나지 않는 활약을 했다. 첫 시즌 루키리그에서 48이닝 동안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산뜻한 출발을 했고,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조직 내 7번째 유망주로 랭크시켰다. 


그리고 200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때까지 5년간 미네소타 내 TOP 10 자리를 지켰고, 2006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100번째 유망주로 선정되었다. 스와잭은 여느 탑유망주처럼 초고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후퇴한 시즌 없이 순조로운 마이너리그 커리어를 이어간 셈이다. 빅리그 기준에서도 스와잭의 체격과 구위, 커맨드는 무난한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스와잭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분명 국내에 진출한 다른 외국인 투수와 비교하면 빼어난 커리어를 쌓았다. 미네소타에서 2년 차 시즌인 2011년 스윙맨으로 뛰며 102이닝 동안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했다. 이후 4년 연속 80이닝 이상 4점대 이하의 FIP를 유지했으니 '메이저리거'라는 호칭에 떳떳한 활약이다. 


그러나 미네소타는 2014년을 마치고 스와잭을 트리플A로 내려보냈다. 2015시즌 클리블랜드와에서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어 성적에 비하면 초라한 대접처럼 보인다. 원인을 찾자면 스와잭의 보직에 있다. 통산 등판 시 경기 중요도(gmLI)는 0.80으로 평균보다 낮고, 선발을 제외하면 추격조 역할에 한정됨을 알 수 있다. 2015년 국내에 오기 전 수치는 0.28로 3점대 평균자책점이 무색하게 가비지 이닝을 소화하는 역할이었다. 스와잭이 왜 국내로 진로를 바꿔 변화를 모색했는지 짐작이 가고 남음이 있다. 2010년 이후 스와잭의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스와잭의 기록을 보자면 경기장에서의 이미지와는 약간 다른 묘한 이질감을 준다. 최고 150km 초반 이상, 평균 140km 중후반의 불같은 패스트볼을 던지지만,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에서 삼진 수는 기교파에 가깝다고 느껴질 만큼 적은 편이다. 반면에 9이닝당 볼넷 숫자는 레벨을 막론하고 2개 내외로 적어 다른 파이어볼러와 차별화된다. 이유는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포심패스트볼보다 커터나 투심, 싱커 등 변형패스트볼이라 불리는 구질의 구사 빈도가 높아서 스피드만 놓고 보자면 타자들이 방망이에 공을 맞히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그에 비해서 위닝샷이라고 할 만한 브레이킹볼 구사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슬라이더나 커브 등의 비율이 20% 이상은 됐는데 국내에서는 10%를 약간 넘는 수치다. 제구가 잘되지 않으니 활용 자체를 자제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는데 타자들에게는 단조롭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대신 좌타자를 상대로 싱커, 투심의 비중이 올라가면서 플래툰 성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NC가 영입한 잭 스튜어트와 유사한데 유도하는 타구 방향이 판이한 게 흥미롭다. 스튜어트는 땅볼아웃/뜬공아웃 비율이 1.3 이상으로 높은데 반해 스와잭은 메이저, 마이너리그 모두 0.8대로 플라이볼 피처로 분류된다. 두산과 NC의 홈구장 차이를 고려하면 잘 맞아 떨어진 영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FIP+ 기준 트리플A보다 좋은 메이저리그 성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성기에 들어가면서 기량이 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나 보직이 외면에 드러난 성적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니퍼트와 비교한 보직별 메이저리그 성적을 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선발 등판 시 메이저리그 기록을 보면 니퍼트가 스와잭보다 한층 빼어난 피칭을 했다. 통산 기록이 비슷한 이유는 니퍼트가 커리어 첫 2년 짧은 이닝 동안 심하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니퍼트가 뛰었던 텍사스 알링턴볼파크가 미네소타 홈구장보다 타자 친화적임을 고려하면 더 차이를 벌일 수 있다. 트리플A에서도 니퍼트는 스와잭보다 더 압도적인 투수였다. 선발 투수 스와잭에 대한 기대치는 일견 화려해보이는 메이저리그 기록보다는 낮출 필요가 있다. 참고로 불펜 투수 니퍼트는 스와잭처럼 대부분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지 못했으나 국내 진출 전 마지막 해인 2010년 gmLI는 1.36으로 높았다.


일각에서는 불펜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냈던 스와잭이기에 마무리 보직이 어울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허나 스와잭은 마이너리그에서 대부분 선발 투수로 경기에 출장했다. 빅리그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스와잭의 견제 능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다르다. 탈삼진이 많지 않은 유형이라 전형적인 마무리 투수와는 살짝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4, 5점대 FIP로 1군 선발 경력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를 믿고 주력 투수를 불펜으로 돌리는 기용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설령 스와잭이 마무리에서 대단한 피칭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해도 선발로도 우수한 선수이기에 함부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총괄해 선발 투수 스와잭에 대해서 두산이 너무 많은 지출을 했는지 모른다. 니퍼트처럼 1, 2선발로 활약을 보장할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구위와 커맨드 등 균형 잡힌 기량을 가지고 있어 어느 보직이라고 해도 리그 평균 이상의 활약이 기대되는 계산이 서는 투수다. 삼성, NC, 넥센 등과 함께 선두 경쟁을 함에 있어 큰 힘이 되어줄 영입이라고 여겨진다.



정점에 있던 2011년 8이닝 무실점 피칭



2014년 불펜 투수로 4이닝 무실점 3K 피칭


국내 진출 후 불펜 투수로 첫 등판 경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