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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IA 에반 최근 4년간 기록, 최적의 활용법은?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후반기 5위권 순위 경쟁이 뜨겁다. 한화와 SK가 주춤한 사이 KIA가 5할 이승의 승률을 올리며 5위와 5경기 차에서 1.5경기로 맹추격 중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20일 15만 달러에 계약한 에반 믹(Evan Meek)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에반은 총 5번의 불펜 등판에서 9.1이닝 1.93의 평균자책점 12개의 탈삼진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고, 팀은 모두 승리하는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이 중 세 번은 승리투수가 됐고, 첫날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박빙 상황의 등판이었기에 코치와 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6일 등판한 선발 등판 경기에서는 결과적으로 팀이 패배하며 보직에 대한 고민을 남겼다. 현재는 불펜으로 다시 전환한 상태. 에반 믹의 커리어를 돌아본다면 활용법에 대한 최선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에반은 벨뷰커뮤니티컬리지 출신으로 2002년 드래프트에서 11라운드 전체 332번째 순번으로 미네소타에 지명됐다. 신장도 186cm로 크지 않고, 커리어 초반 하위 라운드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다 보니 미네소타는 3년 만에 에반을 방출해버린다. 2005년 시즌 후 샌디에고와 새롭게 계약을 맺지만, 시즌 말미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 러셀 브래년의 대가로 추후 지명 방식으로 템파베이로 트레이드된다. 1년 후에는 40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룰5 드래프트로 또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룰5 드래프트 규정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선 에반은 예상대로 6.92의 평균자책점으로 난타당하고, 템파베이로 다시 보냈다 영입하는 방식으로 피츠버그 산하 마이너 팀에 남게 된다.


프로 생활을 시작 후 6시즌 동안 4번 팀을 옮긴 에반에 대해 팀이 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자면 환경이 변하는 와중에도 착실히 마이너 레벨을 통과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높여갔다는 점이다. 2009년 추격조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에반은 2010년 팀의 필승조로 70경기 80이닝 2.14의 평균자책점 3.45의 FIP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2010년 혹사에 가까운 기용이 문제였을까? 2011년 어깨 부상 등으로 하락세를 겪고,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저니맨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10년 이후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메이저리그 통산 3.63ERA 4점대 극 초반의 FIP를 기록한 에반의 불펜 투수로서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전성기 최고 150km 후반의 빠른볼 스피드는 나오지 않더라도 평균 92~3마일, 국내로 치면 140km 후반, 최고 150km 초반의 포심과 커터는 마무리 투수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뛰어나다 보니 커브, 슬라디어 등의 브레이킹볼도 타자들의 방망이를 쉽게 이끌어 낸다. 2014년 투수 친화적인 인터내셔널리그 노포크 홈구장에서는 41.2이닝 37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을 4개만 내주는 등 도미넌트한 시즌을 보여주기도 했다. 함께 뛰었던 윤석민의 눈에 에반이 얼마나 뛰어난 투수로 보였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


그렇지만 최근 트리플A 기록을 보자면 얼마나 뛰어난 투수인지 다소 의문이 간다. 유망주 시절 에반은 항상 커맨드가 약점으로 지적됐으며 실제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 수치는 4.8개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2014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기복이 심한 피칭을 했고, 릴리버로 FIP 수치는 평범함에 가깝다. 경험이 쌓임에 따라 기량이 발전했다고 하기에는 작년 시즌 수치는 그대로 돌아갔다. 현재 이상적인 에반 믹의 피칭 밸런스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선발이 가능한 투수이냐에 대한 문제도 남는다. 마이너리그 초반 선발로 뛰기도 했지만, 팀을 옮겨 다니며 입지가 흔들려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에반의 사용하는 구종은 기본적으로 빠른 볼과 브레이킹 볼의 단순한 레퍼토리로 체인지업 비율이 낮아 선발 투수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기록으로 살펴보자면 좌타자에 대한 약점이 특별히 부각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상대한 844타자 중 좌타자에게는 .644피OPS 3점대 중반 FIP를 기록해 우타자(.696피 OPS, 4점대 중반 FIP)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너리그에서도 2011년 이후 좌타자 상대 피OPS가 더 낮고, FIP는 0.45가량 높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진을 겪었던 2013시즌에도 선발(4.40ERA 4.43FIP)일 때가 릴리버(4.91ERA 5.20FIP)로 뛸 때보다 좋은 기록을 남겼다. 하물며 국내에서 지난 등판도 6이닝 2실점 7K 2사사구 무피홈런으로 선발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에반이 왜 보직에 자신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


물론, 우려의 시선에는 이유가 있다. 릴리버로 평균 147km 최고 153km의 빠른 볼을 뿌리던 에반은 지난 6일 선발 등판에서는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가 144km에 머물렀고, 경기 후반에는 스피드 저하 현상은 가속화됐다. 에반이 자유롭게 일본행을 선택지에 넣을 만큼 기량이 완숙한 선수가 아니라면 기용에 대한 주도권도 선수보다 구단에게 있다. 당장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하면 32세 외국인 선수의 미래를 고려해 보직을 결정할 여유나 당위성은 없다.




관건은 에반이 불펜에서 뛸 때 정말 팀에 도움이 되느냐의 문제. 지난 시리즈를 복기하자면 코칭 스탭의 불펜 복귀 결정이 이해가 된다. 6연승 기간 KIA는 선발이 6점대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했음에도 불펜이 1.11의 평균자책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으며 박빙의 경기를 승리로 매조지였다. 반면 다음 일주일은 선발이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불펜이 하염없이 무너지면서 2승 4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쯤되면 선발보다 불펜이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시리즈에는 투수력 말고도 결정적 차이가 있다. 첫 주에는 극적인 홈런을 비롯해 40득점을 했고, 루징시리즈 기간에는 이보다 70%가 안 되는 27득점으로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수비의 도움도 달랐을 것이다. 고로 짧은 기간 불펜의 고저로 승리 기여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 투수가 불펜 투수보다 승리 기여도가 크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입증된 사실이다. 





KIA가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히 돌아간다면 모르되 현재 투수 구성으로는 불펜에 힘을 주는 것이 자칫 낭비될 가능성도 있다. 후반기 양현종은 5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하고, 스틴슨도 이닝이터라는 점을 제외하면 외국인 투수로 매력은 떨어진다. 김병현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5이닝을 소화하기 버거워하고 있고, 임준혁은 선발로 신뢰하기에는 기복이 심하다. 박정수나 임기준은 5선발로 보더라도 준비된 투수로 보기 어렵다. 승리할 경기만 잡아내자는 식의 소극적인 전략으로 로저스라는 압도적인 에이스가 가세한 한화를 역전할 수 있을까? 에반의 불펜 기용은 필의 출장 제한으로 인해 미세한 득점력 저하를 유도하기도 한다.


현재 에반의 피칭은 윤석민 못지않은 리그 수위의 릴리버인 동시에 완투 능력은 떨어져도 팀의 2선발에 가까운 선발 투수 역할도 가능한 페이스다. 어느 보직에서 더 유용한 투수인지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즌 롯데 심수창의 사례에서 보듯이 규칙적인 기용 방식이 아닐까 싶다. 단기간 잠시 피칭이 흐뜨러진다고해서 등판의 규칙성을 잃는다면 현재 절묘한 피칭 밸런스가 흐트러질 확률이 높다. 커리어에서 보듯이 에반은 기복이 심한 선수고, 롱릴리프로 마구잡이로 기용하는 방식 역시 다른 선수와 동일하게 큰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KIA가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 획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해도 긴 안목으로 시즌을 운영하는 시즌 초반 태도를 유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