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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롯데의 블록버스터는 용두사미? 오프시즌 승자와 패자(下)

롯데의 수호신이 된 손승락. 하지만 팀에 노골적으로 방치된 취약점까지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영입이다.(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2차 드래프트, FA 시장의 승패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결과는 시간이 적어도 2~4년 흐른 뒤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시점에서 FA의 오버페이 여부와 팀의 방향에 부합하는 영입인지는 파악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감독에게 집중되는 프로야구에서 프런트의 역할을 단순히 운이 아닌 능력의 척도로 인식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오프시즌 제대로 된 해명의 변을 내놔야 할 구단들을 꼽아 보았다.


 



KIA 타이거즈 - 조삼모사 된 대어급 외인 투수 계약

IN : 배힘찬, 윤정우, 이윤학

OUT : 차일목


아무리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리빌딩 중이라도 전력 보강을 바라지 않는 팬은 거의 없다. 오프시즌이 되면 구단이 미디어에 보내는 시그널에 반응하며 대어급 선수의 영입을 꿈꾸기 마련이다. KIA 역시 마찬가지. 리빌딩과 대폭 전력 강화의 갈림길에서 프런트의 모호한 태도는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부 FA인 이범호를 제외한 어떤 선수와도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현장 입장에서는 어중간한 영입으로는 부담만 가중되기에 강력한 요청을 할 수 없었고, 프런트는 다른 구단처럼 절실하지 못했다. 대신 외국인 투수로 노에시와 스프루일에게 각각 170만 달러, 70만 달러를 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1년을 희망 없이 보내는 것보다야 비싼 용병을 영입하는 게 낫긴 하지만, 다른 구단의 투자와 비교할 때 순서만 바뀐 조삼모사라는 생각이 들면 착각일까?


결국, KIA는 올해 승부를 걸기보다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는 시즌 운영을 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2차 드래프트의 선택과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라운드에 지명한 배힘찬은 타고투저라고 해도 작년과 올해 5점대 FIP를 기록해 1군에서 활약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신용한 결정은 아니었으면 한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외야수 윤정우의 친정팀 복귀는 반가우나 무릎 부상과 마이너 커리어는 건실한 픽이라고 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윤학은 신일고 시절 뛰어난 퍼포먼스와 건장한 체격으로 주목받았으나 구위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대단한 발전을 이루진 못했다. 프로 3년 차에 벌써 두 번의 팀 이적. 경찰청 입대가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롯데 자이언츠 - 줄줄 세는 지갑, 방점 찍지 못한 투자


모기업의 시끄러운 사건들로 스포츠 마케팅이 필요했던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며 FA 시장에서 대대적 투자를 약속했다. 그리고 송승준 재계약 후 넥센과 SK에서 릴리버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하면서 한화(옵션 포함 총액 : 191억) 다음으로 많은 (138억)을 쓰면서 어느 정도 공약을 이행했다. 롯데 프런트는 최선을 다했다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변의 반응이 영 시원치 못하다. 롯데 영입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원인은 첫째, 실제로 시장에 나온 투타 최대어인 박석민과 정우람을 모두 놓쳤기 때문이다. 손승락이 준수한 마무리 자원이긴 하나 작년과 올해 4점대 내외의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대어급이라는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 WAR 상으로는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하는 보직의 한계상 30억에 계약한 박정권과 비슷하다. 윤길현은 지난 3년간 FIP가 평균자책점보다 1점가량 높았다. SK 투수들이 타 구단 이적 후 ERA가 FIP와 비슷하게 상승한 모습을 보면 위험 요소가 있다. WAR로만 보자면 심수창의 이탈을 포함해 FA로 인한 전력상승은 그렇게 대단치 않다.





한마디로 FA 시장에서 과대평가 의혹이 있는 불펜에 투자하다 보니 가성비가 극히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WAR이 오히려 릴리버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롯데의 지출이 정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위 표를 보면 롯데는 다른 팀보다 비싼 가격에 릴리버를 영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승락과 윤길현의 WAR 대비 연봉은 모두 작년 놀라움을 안겨준 안지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손승락이 실제로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소문이 사실일까?

 

 


돌이켜 보면 롯데의 이런 비효율적인 투자는 예상된 결과인지 모른다. 작년 장원준과 재계약 실패에 실망한 이윤원 단장은 통영 납회식에서 자신의 임기 동안 FA 시장 참전은 없다는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윗선의 오더에 이러한 결심은 아무런 무게를 갖지 못한 채 숙제하듯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화려한 쇼핑을 했을 뿐이다. 팀의 최대 약점이 불펜이라고 했는데 롯데의 릴리버 FIP는 평균자책점보다 0.6 낮은 4.81로 리그 평균과 거의 차이가 없다. 더욱 큰 약점이라고 지적됐던 1루수 포지션에 FA가 두 명이 모두 저렴한 가격에 잔류한 것을 보면 롯데 프런트가 자체 전력 진단에 미흡하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


최근 가열되는 오버페이를 선수 탓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데 NC나 넥센처럼 프런트의 전문성이 담보되면 보다 합리적인 시장이 되지 않을까? 그나마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는 팀에 약점을 메우는 영입을 했다. 박헌도는 아마와 프로에서까지 꾸준히 타격 능력을 증명해왔고 1루 포지션 변경을 하지 않아도 김문호와 이상적인 플래툰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화로부터 얻는 보상 선수도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다.


김웅과 양형진은 보다 미래를 염두에 둔 선택이다. 김웅은 구위에 큰 강점을 가졌다고 하기는 어려워도 야탑고 시절부터 평균 이상의 제구력으로 뛰어난 활약을 했고,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했다. 양형진은 수치로 볼 때는 올해 평균자책점을 제외하면 그리 좋지 못하나 체격과 잠재력을 고려한 지명일 수 있다. 상무 합격도 플러스 요소다.





삼성 라이온즈 - 구단 자립 선언? 무너진 왕조 간판


임창용을 비롯한 도박 파문이 영향을 미친 걸까? 아니면 야구단 운영의 변화일까? 삼성은 이번 겨울 돈을 쓰지 않기로 한 듯싶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등 주위가 아닌 스포츠단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수익을 내는 실용주의 경영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12월 삼성 라이온즈의 제일기획 편입에 대한 말도 여기에 기초한다. 이러한 변화를 증명하듯이 당연히 잡으리라 예상되던 프랜차이즈 스타 박석민을 시장에 내보내고 말았다.





실제로 삼성 프런트 혹은 윗선의 방침이 어떠하든 간에 박석민에 대한 소극적인 협상 태도는 그다지 합리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NC와 계약한 박석민의 연봉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때 적정수준이라고 할 만하며 팀에 매우 효율적이다. 도박 의혹이 있던 이전 FA 선수들에 대한 괘씸죄라고 하면 그 선수들을 방출하고 박석민과 재계약하는 편이 낫다. 나이를 고려하면 그 선수들보다 박석민 한 명이 더 높은 승리 기여를 할 확률이 높다. 수익을 내는 데 있어서도 팀 성적과 이미지가 중요하다. 단순한 긴축재정으로 운영비 절감만 하는 게 삼성이 내세우는 선진적 스포츠단 운영은 아닐 터. 4연패를 한 팀이니 마음만 먹으면 우승권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야구라는 종목에서 오만에 가깝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삼성의 선택은 흥미롭지만 다소 우려스럽다. 1라운드에 뽑은 김응민은 올해 두산에서 새롭게 떠오른 포수 유망주로 2010년 신고선수로 영입되어 꾸준히 출장해 올해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수비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이라 상무 입대 후의 모습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다. 허나 삼성은 이지영, 이흥련, 김민수 등 스타급은 아니어도 비교적 젊은 포수 자원을 갖춘 팀이다. 박석민과 재계약 실패 전 팀의 필요한 자원이 투수 쪽이었음에도 미래를 보는 재능을 뽑은 것은 조금 태평하다고 할까?


나성용은 나성범의 형으로도 유명한 장타를 갖춘 포수 출신 외야수다. 단, 올해 보여준 퍼포먼스나 팬들이 느끼는 잠재력에 비하면 경찰청을 포함한 퓨처스리그 커리어가 초라하다. 대졸 2년 차를 보낸 사이드스로 정광운은 빠른 볼 스피드나 제구력 모두 경쟁력이 있다고 보면 3라운드에서 아주 매력적인 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