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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민병헌 영입으로 한숨 돌린 롯데, 도약의 열쇠는?

김주찬이 나간 후 무주공산에 가깝던 외야 한자리는 약 5년여 만에 주인을 찾았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지난 28일 롯데 자이언츠가 FA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4년간 총 80억으로 계약금이나 연봉, 옵션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민병헌의 계약이 시장가와 비교해 얼마나 적절한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또 민병헌이라는 선수의 유형으로 볼 때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WAR도 정확하게 계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의 계약 규모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과한 가격표가 매겨졌다고 해도 무리한 표현은 아닐듯하다. 스탯티즈의 수비, 주루 생산력을 사용해 WAR 계산 시 민병헌은 올해 강민호의 WAR에 근접했지만, 지난 3년간을 비교하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민병헌의 수비와 주루가 과소평가 되고, 나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강민호보다 시장 가치가 더 큰 선수라는 판단을 하기란 쉽지 않다. 유망주뿐인 롯데의 포수 후보만 보더라도 롯데로서는 민병헌의 영입보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강민호의 이탈이 더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롯데가 실망스러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설령 민병헌에 오버페이했다고 하더라도 그 20억은 강민호의 보상금으로 채워진 금액이다. 단기간으로 보면 롯데는 전력적 손해를 감수한 부분이 있지만, 손아섭과 강민호의 금액보다 적어도 10억 더 저렴한 금액(보상 금액 차이)으로 그에 상응하는 조합을 만들어 냈다. 롯데의 실제 자금 상황은 외부에서 알 수 없다. 만약 롯데가 손아섭과 강민호를 모두 잡기 어려웠다면 지금의 상황이 롯데에게 어쩌면 전력적으로 꽤 괜찮은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한편 롯데는 지난 3년간 476억을 쓰면서 10개 구단 중 FA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계약금과 연봉 총액이므로 2016년부터 길게는 2021년까지 나눠서 쓰는 금액이지만, 롯데가 다른 구단보다 FA 시장에서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전히 롯데를 우승 후보로 분류하는 이가 많지는 않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FA 시장 자체가 합리적 가격이 붙지 않았고, 롯데는 그중에서도 심한 편에 속한다. 릴리버 투수는 특히나 한국 FA 시장에서 몸값이 메이저리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롯데는 손승락과 윤길현에게 100억 가까이 투자했다. 손승락이 올해 같은 활약을 계속했다고 하더라도 60억의 가치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이제 노장으로 분류되는 이대호에게 150억 계약은 쇼킹한 뉴스였다. 올해 손아섭 계약이 헐값으로 느껴질 정도. 


두 번째 이유는 그동안 유망주 육성이 시원치는 않았다. 삼성이 왕조를 세울 수 있었던 계기는 최형우-박석민-채태인으로 이어지는 토종 야수 삼총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우찬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시리즈 2연패 한 두산의 화수분은 유명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KIA의 올해 우승은 보상 선수로 왔던 임기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다행히 롯데도 선수단에도 희망이 싹트고 있다. 트레이드로 온 박세웅과 김원중은 선발의 주축이고, 나종덕, 김민수를 축으로 한 야수 유망주도 조금씩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선수단의 뎁스는 더 키워야 한다. 보상 선수를 택할 두산으로서는 민병헌이 잠실 라이벌 LG에 가기를 더 바랐을지도 모른다. 스탯티즈 기록실에 따르면 주포지션이 좌익수인 선수들의 기록을 합할 때 롯데의 OPS는 평균 .728로 kt 다음으로 낮았다. 민병헌의 OPS는 .834이고, 잠실이 아닌 사직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




※ 두산에 지명된 백민기는 제대 후 제가 대상에서 놓친 선수 입니다. 충분히 위 명단에 포함될 자질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순번은 의견이 엇갈릴 수 있겠죠.^^



대략적인 보호 선수 후보를 정리하면 위와 같다. 두산은 야수층이 워낙 탄탄한 팀으로 롯데의 보호 선수 후보 중 전준우와 이대호가 아니라면 1군 엔트리에 경쟁력이 있는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두 팀의 차이는 크다. 그래도 가치 픽을 한다고 하면 유망주 나종덕과 김민수는 풀리면 고민 없이 선택할 만큼 매력 있는 유망주들이다. 신본기, 안중열은 팀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고, 나경민과 김문호의 역할도 분명하다. 황재균이 나간 3루 후보로 꼽히는 황진수와 김동한은 유망주로서 두산이 지명할 확률은 극히 낮다. 단, 롯데로서는 한 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둘 중 한 명을 묶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롯데는 투수를 최대한 묶는 전략으로 나갈 확률이 크다. 80년생 베테랑 송승준은 2년 남은 4억의 연봉(총 8억)까지 고려하면 다른 선수들보다 가치가 높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내년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김유영도 1차 지명의 기대치는 아니라도 무난하게 성장하고 있는 94년 좌완 투수이고, 장시환도 트레이드 시점 기대치는 아니라 한들 올해 성적은 무난한 수준이다. 배장호는 후반기 20.1이닝 동안 6.86FIP를 기록하는 등 커리어를 고려할 때 불안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시즌 성적을 믿는다고 하면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될 것이다. 강동호는 대졸 신인으로 체격에 비해 구위가 압도적이지는 않으나 대학에서 상승세를 프로에서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풀기에는 아쉬운 자원이다.


더 유력한 보상선수 후보라면 2차 1라운드 최상위 순번으로 지명되고 제대 전 가능성을 보인 89년생 파이어볼러 진명호가 있다. 2015년 상무에서 선발로 잠깐 좋은 활약을 하기도 했으나 부상으로 꾸준히 출장하지 못했다. 심수창의 보상 선수로 한화에서 롯데로 온 박한길은 역시 빠른 공을 뿌리며 2016년 퓨처스리그와 1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역시 몸 상태로 고교 시절부터 내구성에 의심을 받았고, 올해 공식 출장이 거의 없다. 진명호와 동갑 박시영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칠 정도로 팀 내 기대치가 높았던 투수는 아니다. 패스트볼 스피드도 두 선수와 비교하면 약간 떨어진다. 대신 지난 2년간 1군에서 꾸준히 출장했고, 2016년은 팀의 추격조로 가능성을 보였다. 2017년 훨신 터프한 상황에 나오며 성적이 떨어졌는데 롯데 보상 선수 후보 중 제일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다. 좌완 차재용은 현재 구위나 제구 모두 1군과 거리가 멀지만 96년생 어린 나이에 퓨처스리그에서 조금씩 적응 중인 투수라는 점에서 눈길은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