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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FA 김현수 계약, 시행착오 LG 마지막에 웃다

Hyun Soo Kim

사진 출처 - Keith Allison님 플리커


19일 LG가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에서 뛰었던 FA 최대어 김현수와 계약금 65억, 4년간 연봉 50억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오프시즌 고통받았던 LG 팬으로서는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5할 승률과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이번 겨울 답답한 행보의 연속이었다. 류중일 감독 계약을 시작으로 전력 보강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FA는커녕 외국인 선수 계약까지 제대로 진행된 게 없었다. 언론에서는 취약 포지션이던 3루 자리에 황재균에 관심을 보였다가 손아섭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하는데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에도 마지막 합의에 이르러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좁은 입지 속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한 베테랑 정성훈을 내쳤으니 여론이 좋을 리 없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시장이 LG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았다. 삼성이 강민호를 잡으며 손아섭이 롯데와 재계약하는 돌발 변수가 나타났으나 두산 야구단이 김현수를 잡을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김현수는 MLB 아니면 LG와 계약이라는 양자택일에 가까운 흐름으로 흘러갔다. LG로서는 노마크 찬스이고, 마지막 절호의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김현수와의 계약이 이번 겨울 LG에게 있어서 최고의 상황인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최근 3, 4년으로 한정할 때 김현수는 손아섭보다 뛰어난 활약을 했다고 하기 어렵고, 기복이 있었다. 그에 비해 공식적인 계약 총액은 손아섭보다 17억이 많으니 오버페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차우찬의 계약과 마찬가지로 김현수의 계약은 LG에 축복이 될 확률이 높다. 김현수는 이미 잠실에서 생산력을 유지했던 선수로 시장의 어떤 선수보다 안정적인 영입이다. 또 미국에서 가장 인정받은 선수로 커리어 초기부터 선수에 대한 기대치 자체는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스탯티즈 기록실을 인용하면 LG 외야수들의 wRC+는 84.7로 kt와 한화보다 낮아 전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채은성, 백창수, 문선재의 600타석을 2015년 당시 김현수의 생산력으로 치환하면 LG는 약 50점의 득점이 플러스 된다는 의미다. 승수로 치환하면 약 +5승으로 5강에 가까워지고, 득실점을 고려한 피타고리안 승률로 계산하면 79승 정도로 KIA, 두산 다음으로 올라간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긴 하다. 분명한 건 LG 타선에 김현수는 천군만마다.



한편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친 두산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김현수, 민병헌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두산 타선 자체에 큰 타격은 없다. 김현수가 없는 2016~17시즌 1784점으로 2위 KIA보다 76점이 높은 압도적인 1위였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가 모두 교체되면서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대단한 전력 보강이될 슈퍼스타를 놓쳤다는 점이다. 돈이 없다는 변명은 아이러니하다. 두산은 2년간 선수단 정리로 돈을 벌 기회가 있었다. 허경민, 류지혁 등 대체 선수가 있던 유격수 자리에 김재호와 재계약 하지 않았다면 46억을 아끼고, 보상금 8억 2000만원을 벌 수 있다. 민병헌 이적에 대한 보상 선수로 백민기가 아닌 현금을 선택하게 되면 총 16억 5000만원이 벌고,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처럼 영입이 없다면 6억이 더해진다. 총 76억 7000만원으로 여기에 38억 3000만원만 투자하면 김현수의 계약 총액이다. 


이러한 계산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국내 구단 운영에서 넥센이 아닌 다음에야 예산은 다음 해로 세이브되지 않고, 단장이 이렇게 계획적으로 예산을 운영할 명령체계가 갖춰지지 않고 있다. 결국, 두산이 김현수를 놓친 원인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야구단 운영이 모기업에 종속적이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탓이다. 비단 두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아프게 느껴진다.



그럼 두산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치유해줄 보상 선수 후보는 누가 있을까?




LG는 다른 구단들이 탐낼 만한 야수 자원들이 꽤 있다. 서상우, 이천웅, 김재율, 채은성 등은 잠실이 아니라면 더 기회를 줘보고 싶은 중장거리 타자들이다. 다만 두산의 야수 깊이에서 보자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 회의적이다. 2년 차로 퓨처스리그에서 .333의 타율과 15도루를 기록한 김주성은 풀리지 않을 확률이 높고, 현재 주전 2루수에 가장 가까운 유망주 강승호도 그렇다. 백민기처럼 깜짝 픽이 있다면, 장준원이나 류형우 같은 내야수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투수 쪽에는 김지용, 최동환, 최성훈과 같은 즉시 전력감 불펜 자원이 풀릴 확률이 높다. 류제국은 자책점에 비해서 실점이 많아 스탯티즈에서 WAR은 낮지만, 김대현보다는 안정적인 5선발로 여겨진다. 1년을 쓰더라도 두산에 대단한 가치를 안겨 줄 수 있는 선수이고, LG에도 필요한 선수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20인에서 제외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이 따른다. 고우석, 손주영 등의 유망주들이 묶인다고 하면 유망주 중에는 유재유가 매력적이다. 고교 시절 세청에 뽑힌 바 있고, 최고 140km 중후반을 뿌리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완 투수다. 단, 2년간 꾸준히 경기를 뛰지 못해서 위험성도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