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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삼성 라이온즈 우승,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변은 없었다. 8회말 투아웃 1,2루 위기에서 오승환이 올라왔고 승부는 그 시점에서 종료됐다. 오승환은 시즌 동안 블론이 단 한 개 였지만 그 경기에서도 결국 구원승을 따냈다. 정규시즌 57이닝 76삼진 0.63ERA 그리고 한국시리즈 5.2이닝 8삼진 무자책으로 2011년 마지막까지 조금의 변수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을 상대하는 팀들은 오승환의 무너지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했겠지만 끝내 그런 진기한 장면을 구경할 수 없었다.
 


삼성과 SK는 2, 3, 5차전 1점 차 승부로 점수만 봤을 때는 매 경기 시소게임을 한 것 같지만 체감 상으로는 압도적인 시리즈로 느껴졌다. SK의 투수진은 고군분투했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턱밑까지 와 있었고 그에 반해 삼성은 여유가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수월한 투수 운용을 가져갔다. 차우찬, 안지만, 권오준, 장원삼까지 시리즈 기여도가 오승환에 못지않았다고 할 정도로 고르게 뛰어난 피칭을 했고 한 수위의 지키는 야구를 보여줬다. 


타선에서는 강봉규가 가장 빼어난 활약을 했는데 5차전 결정적인 한 방을 비롯해 19타석 .313AVG 421OBP .500SLG를 기록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규시즌의 부진을 만회했다. 최형우도 견제 속에 .556의 장타율을 기록하면서 제 몫을 다했고 박석민, 김상수, 신명철도 나름의 활약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안방마님 진갑용의 안정된 리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보인 삼성의 무서운 점은 소위 미치는 선수가 있었다기보다 딱 기대치만큼의 활약으로도 우승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떻게 보면 정규시즌부터 보여준 삼성의 이러한 강점은 두터운 선수층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STC를 비롯한 최고의 재활시설, 경산볼파크를 기반으로 하는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젊은 선수들의 군 문제를 해결한 점 등은 프런트와 코칭스탭의 조화 속에 이뤄낸 성과다. 

간혹 선동열 전 감독과 류중일 감독의 공과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큰 의미가 있나 싶다. 지난해까지 선동열 감독이 많은 부분에서 역할이 있었겠지만, 그것도 삼성이 우승하는 과정들 가운데 속하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이뤄낸 성과는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다수가 만든 탑이고 그렇기에 더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1년 류중일 감독의 체제하에 그것을 증명해 냈다.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 축하와 부러움을 삼성 팬들에게 전한다.




마지막으로 포스트 시즌 총 14경기를 치르면서 고생한 SK 선수들에게도 박수의 갈채를 보내고 싶다. SK는 지난 5년간 가장 강력한 팀이었고 김성근 감독의 말처럼 한계에 도전했던 팀이다. 역전의 용사들이 건재하다면 다시금 그들의 시대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올해를 위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