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야구

오프시즌 LG의 선택, 박용택이 아니라 배영수라면?

저는 정규 시즌 만큼이나 오프시즌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실제 경기가 없다라도 오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다음 시즌 혹은 향후 몇년을 가늠하게 되는 중요한 기간이기 때문인데요. 팀원 중에서 특히나 프런트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죠. 외국인 선수영입, 트레이드 그리고 FA까지 코치나 선수들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것들을 결정하게 됩니다.
지금 SK왕조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도 쌍방울 시절 박경완에 이어 김기태, 김현욱 마저 현금트레이드로 잃게 되면서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는걸 막을 수 없었고 '코끼리' 김응룡감독도 선동열도 가고 이종범도 가니 3년 연속 루징시즌을 맞이했습니다. 두 사례 모두 특수한 상황이지만 겨울철 프런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해야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여지없이 그런 결정의 시간들이 왔습니다. 일단 FA선수와의 계약인데요. 올해는 어느 때보다 싱겁게 FA시장이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잘못된 FA 보상제도로 실제 움직일 수 있는 선수는 배영수와 박용택. 그 두 명 보두 팀의 색깔이 깊게 새겨진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이겠죠. 기자분들도 대부분 이 둘이 팀의 잔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LG가 그렇게 무난한 선택을 하는게 팀에 긍정적일까라는데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용택은 통산 .292AVG .355OBP .446SLG 110홈런 217도루를 기록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왔고 작년에는 MVP시즌에 가까운 활약을 했죠. Statiz에서 보면 통산 WAR도 33.1로 2000년대 트윈스 선수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트윈스에 김재현, 이상훈, 김용수, 김동수, 이병규, 유지현등 쟁쟁한 전설들이 있지만 2000년대는 '적토마' 이병규에 이어 팀의 간판이 됬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선수를 트윈스가 잡는 것은 당연한 것 이겠죠. 그런데 트윈스는 이 선택을 심사숙고 해야할 만큼 팀 상황이 어지럽습니다. 그 이유는 최근 이어져온 LG프런트의 비효율적인 영입에 기인합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2007년 김재박 감독이 부임하고 .483의 승률로 팀 성적이 오르면서 부푼 기대를 안고 08시즌을 시작하지만 팀 성적은 .365의 승률 꼴찌로 곤두박질 치게됩니다. 몇 안되는 기쁨이라면 '난세의 영웅' 안치용의 발견과 후반기 페타지니라는 걸출한 용병을 영입한 것 이겠죠. 하지만 프런트와 코칭스탭은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성적입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FA 이진영과 정성훈을 영입하게 됩니다. 이진영 같은 천재타자가 나왔을때 끌릴 수 밖에 없지만 드디어 빛을 보게된 안치용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된거죠. 사실 안치용 뿐 아닙니다. 2군에서 대단한 기량을 뽐낸 이병규도 있었죠.

2008시즌
RF 안치용 101경기 421타석 .295AVG .354OBP .441SLG 7홈런 .349WOBA 3.23WAR
CF 이대형 126경기 574타석 .264AVG .317OBP .281SLG 0홈런 .292WOBA 1.51WAR
LF 박용택   96경기 374타석 .258AVG .325OBP .323SLG 2홈런 .297WOBA 0.17WAR

1B 최동수 110경기 431타석 .265AVG .331OBP .415SLG 14홈런 .330WOBA 1.35WAR
DH페타지니 68경기 259타석 .347AVG .452OBP .532SLG 7홈런 .430WOBA 2.67WAR

이병규 2군 53경기 232타석 .426AVG .749SLG 12홈런 34삼진 35사사구


이병규는 08시즌 1군에서 86타석동안 .231의 타율 .666의 OPS를 기록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기회를 줄만한 유망주였습니다. 하지만 09시즌 16경기 21타석에 나온게 전부였습니다. 안치용도 초반 부진과 맞물려 90경기 256타석에 나온게 전부가 됬죠. 09시즌 이진영의 영입은 분명 팀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KBO의 대표적인 천재타자 중에 한명을 영입했는데 당연한 거겠죠. 또 박용택을 분발시키는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팀의 방향에서 봤을때 약 40억의 거금을 들여 영입할 정도로 효율적인 것이었는지 특히 장기적인 부분에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해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9 시즌 후 LG는 7위를 하게 됬죠.

LG와 히어로즈의 현금트레이드 내막을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아는건 LG가 이택근이라는 리그탑 외야수를 영입한 것이 비난은 비난대로 받으면서 실속을 챙길 수 없는 트레이드였다는 것입니다. LG는 일본에서 이병규까지 돌아오면서 말그대로 포지션 포화상태 였기 때문이죠. 이택근의 중견수 프리미엄은 사라진건 물론 선수들의 잦은 포지션 변경은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 밖에 없겠죠.


LG의 포지션별 출장 선수 비율을 수비이닝 지명타자는 타석수로 보면
좌익수 - 작병규 51% 큰병규 18% 이택근 11% 박용택10% 김준호 5% 기타5%
중견수 - 이대형 91% 이택근 7% 기타 (쌍병규 포함)2%
우익수 - 큰병규 54% 이진영 30% 작병규 7% 김준호 4% 기타 5%
1루수 - 박병호 33% 이진영 31% 이택근 23% 최동수 8% 기타 6%

지명타자
박용택 58.7% 이택근 20.7% 이진영 7.6% 손인호 4.7% 기타 8.3% 

이적생 이택근과 이진영은 자신이 가장 수비를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에 들어선 건 반이 훨씬 되지 못합니다. 수비에서 상당히 마이너스 일 뿐 더러 내,외야를 이동하려면 공격에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겠죠. 멀티포지션을 중요시하는 SK도 있지만 LG의 중구난방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 합니다.

LG는 빅5체제가 페타지니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강력한 타격을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빅5는 생각보다 위력을 보이지 못했는데 이대형 568타석, 큰병규 451타석, 박용택 420타석, 이진영 417타석, 이택근 388타석으로 일단 타석 수 자체가 부족합니다.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지만 포지션 중복도 원이이 되겠죠. 5명은 2244타석 동안 .295AVG .361OBP .406SLG 40홈런 .351WOBA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페타지니+박용택+이진영+최동수+이대형의 기록 2412타석 .378WOBA에 많이 못 미치고 1할 정도의 OPS차이를 만들어 내는 군요. 


더 중요한 포인트는 작년 386타석동안 .360WOBA를 기록했던 최동수는 올해는 61타석 밖에 부여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LG가 최동수를 SK로 보낸건 박현준이 아니더라도 박수를 쳐줄만한 트레이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왜 그리 많은 기회를 주냐는 말도 들었던 LG의 우타빅뱃 유망주 박병호가 부여받은 타석은 겨우 192타석 정도입니다. 최진행이 LG에 있었다면 과연 30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요? 참고로 최진행에게 전환점이 됬던 4월9일 롯데전 15 : 14 경기 7타수 5안타를 기록하기 전 최진행의 타율은 34타수 .176AVG 홈런 1개였습니다. 그래도 박병호보다야 잘했을 거라는건 일리 있지만 현재의 LG가 박병호가 극복하기 매우 힘든 환경이라는건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작은 이병규처럼 그 환경을 이겨낸 선수도 있죠. 하지만 이병규도 내년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LG의 외야+지명,1루 포지션은 포화상태입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LG는 박용택을 제외하고도 작병규-이대형-큰병규 (외야라인) 이진영+이택근+박병호라는 선수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2군에서 78타수 .372AVG 1군에서 62타수 .323AVG .353WOBA를 기록한 손인호가 있고 재능덩어리 서동욱도 버티고 있습니다. 이게 끝이냐구요? 하이라이트는 이 두 선수 입니다.

황선일 LG2군 295타석 .336AVG .414OBP .580SLG 10홈런 12도루 42삼진 38사사구
정의윤 상무   410타석 .346AVG .427OBP .541SLG 14홈런 3도루 42삼진 53사사구

86년 7월생의 정의윤은 1군 커리어만 해도 상당한 선수고 LG팬분들이 많이 기대하시는 선수죠. 초반 4,5월189타석동안 .407의 타율 .642의 장타율로 초토화 시켰었는데 이후 2할9푼대의 타율과 4할 중반의 장타율로 페이스가 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타격을 했고 내년 200타석 이상을 보장해줄 가치를 가지고 있는 선수로 보입니다. 

87년 2월생 황선일은 91타석을 기록 신인자격은 없지만 '궁디' 정의윤에 비하면 무명에 가까운 선수 같습니다. 황선일은 이미 상무를 다녀와서 병역문제를 해결 했는데 올해 2군에서 상당히 뛰어난 모습으로 확 치고 올라왔습니다. 얼마나 잘 했냐 하면 상무, 경찰청, 그리고 다른 팜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두산을 제외하면 황선일 만큼 주목받을 만한 성적을 올린 유망주도 없는 것 같습니다. 황선일도 정의윤처럼 초반 101타석 .381AVG .631SLG의 타격에 비하면 후반기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는데 8,9월에도 70타석 .328AVG .508SLG 2홈런 8삼진 7사사구를 기록 양호한 모습입니다.

솔직한 생각은 작년 유한준이나 전준우의 활약을 확신했던 것 처럼 이 두 선수가 1군무대에 안착할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두산의 이성열이나 한화의 최진행이 그랬던 것처럼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준 2010년이었습니다. 이 선수들에게 피같은 200타석을 보장해 준다면 어떤 가능성을 보일지 흥분도 되구요. 문제는 LG에 이 선수들의 자리가 없습니다. 얼마전 LG의 방출선수 명단을 봤는데 곽용섭이 있더군요. 7월 중순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걸 보면 부상때문인 듯 싶은데 너무 아쉬운 선수입니다. 곽용섭의 올해 4월까지 .194의 타율로 부진했지만 정치부심 이후 110타석 .351AVG .436OBP .617SLG 3홈런 15삼진 15사사구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83년 2월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 체격과 2군에서 보여준 꾸준함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선수입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LG가 계속해서 포지션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죽어도 같이 죽자는 식으로 나가면 제 2의 곽용섭, 안치용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 그게 황선일이 될 수도 있고 작은 이병규가 될 수도 있구요. 그렇게까지 암울한 예상은 하기 싫군요.




글이 지루할 정도로 너무 길어졌는데 ㅠㅠ 하고 싶은 말은 LG는 포지션 정리가 필요합니다. 숨이 탁탁 막히네요. 팀의 구성으로 보면 박용택이 있고 없고 성적에 큰 차이는 없다고 저는 예상합니다. LG가 박용택에게 큰 계약을 제안하지 않고 FA시장에 풀어준다면 9억 3천만원의 보상금과 타팀의 준수한 유망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번째 삼성의 계약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8개구단 모두 배영수와 같은 선발 투수를 원하고 있죠. 배영수가 시장에 나온다면 LG는 보상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죠. 박용택의 이적으로 얻은 보상금으로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배영수는 당장 팀의 확고한 2선발로 활약할 것 같습니다.

Statiz에서 보면 박용택의 2010년 WAR은 2.3 배영수는 2.5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두 선수의 가치를 정확히 나타내지 못합니다. WAR이 완벽한 스탯이 아닐뿐더러 Statiz에서 구하는 방식도 여건상 부족한 부분이 있겠죠. 그래도 LG의 상황을 볼때 배영수가 훨신 팀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박용택의 가치가 더 낮다는걸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다른 팀이라면 전혀 다른 상황도 나올거구요.)



그렇지만 역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배영수와 박용택이 유니폼을 바꿔입는건 팬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성적이 올라도 야구 자체가 싫어질거라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실 거구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20년간 팀에 기여한 존 스몰츠와 계약에 무성의 했던 걸 보는 팬들의 맘이 어떨까요... 그 만큼 저의 시나리오는 무리수가 될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도 적고^^)  LG의 오프시즌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방법은 FA만이 아니니까요. LG가 박용택을 시장에 풀어버리는 것 이상으로 포지션 정리 없이 2011년을 맞이하는 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제 9구단 10구단 창설 얘기가 많습니다. 현실성을 떠나서 구단이 늘어나게 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게 경기력 부분입니다. 그래서 KBO가 양대리그 같은 얘기를 하려면 유명무실한 FA제도나 룰5제도의 신설 같은 막혀있는 선수의 길을 터주는 제도적 변화가 우선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단도 남이 잘되면 어쩌나 하는 소극적인 움직임 대신 공생의 방법을 택했으면 하는 맘이 간절합니다. 올해 오프시즌은 작년처럼 장성호 이슈같은 화제가 아니라 신선한 즐거움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글을 다 쓰고 나니 배영수의 일본 도전 기사가 있네요. (타이밍 참 ㅋ) FA 배영수가 당장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일본구단보다 한국의 팀이 클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도전한다면 멋진 선택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계약이라는게 변수가 많은 만큼 상황은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