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오후 2시경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선수 지명 행사가 열렸다. 이번 드래프트는 유독 우수한 고졸 투수가 많다는 평에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도 무려 55명의 고졸 투수가 프로팀의 지명을 받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역대 드래프트를 돌이켜봐도 이렇게 많은 고졸 투수가 지명을 받은 전례가 있을까 싶다.
반면 대졸 야수는 겨우 7명밖에 뽑히지 못하는 찬밥 대우를 받았다. 점점 더 많은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프로 직행을 원하는 추세이기에 대학 리그의 경쟁력 저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허나 프로야구 취업률이 10% 남짓한 현실에서 각 구단이 원석에 가까운 고졸 선수들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허정협 같은 선수들을 신고 선수로 영입하고, 준비가 덜 된 고졸 선수들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10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의 기록을 정리해 보았다.
kt 위즈는 창단 후 드래프트에서 투수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올해 kt의 타격은 처참한 수준으로 트레이드를 통해 어린 투수를 주고 베테랑 타자를 수혈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kt는 올해 최대어라 불리는 야수 강백호를 반드시 지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드래프트 전 김진욱 감독을 통해 1픽이 공언된 강백호는 올해 최고의 타자일 뿐 아니라 최근 5년을 통틀어도 제일 임팩트를 보인 고졸 야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성적이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다면 드래프트 결과로 증명된 역대급 투수력을 자랑한 서울권에 속했던 탓이라고 보면 된다. 파워 대비 준수한 주력과 꾸준한 타격 등을 고려할 때 프로에서 외야수로 성공하지 않기가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정후만큼 빠르게 프로에 녹아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백호를 제외하고 kt는 이전대로 상위 투수픽에 집중했다. 장충고의 최건은 같은 팀 소속 성동현에 가려지긴 했으나 그에 못지않은 구위를 가진 강속구 투수다. 하지만 불안한 제구력은 프로에서 긴 시간 가다듬어야 할지도 모른다. 용마고 박재영은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성장 속도가 빠르다. 구위는 강하지 않으나 신체 조건이 좋아서 스카우트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윤강찬은 언더스로에 가까운 옆구리 투수로 희소성이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픽이다. 신병률도 팔 높이가 낮은 사이드스로 투수로 작년과 올해 150이닝 이상을 던지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다.
그 외 야수픽으로 4라운드에 지명된 고명성은 수비형 유격수에 가까운데 올해 3할을 치며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훤칠한 신장의 외야수 백선기는 경기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스카우트가 본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한양대 유격수 이창엽은 타격보다는 빠른 발을 이용한 공격적인 주루와 수비 능력에 강점이 있다. 픽 순위는 가장 낮지만 유신고 조대현은 강백호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선수다. 청대 주전 포수로 나이 대비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줬고, 체격조건과 장타력 등 올해 최고의 포수 자원 중 하나다. 이렇게 낮은 순번에 호명된 것은 대학행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삼성의 왕조가 무너진 후 단 하나의 장점이라면 높은 순번의 지명권을 얻게 된 점이다. 삼성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제일 강한 깊이를 자랑하는 고졸 우완투수 픽에 집중했다. 덕수고 양창섭은 올해 고교리그 최고의 투수고,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MAX 140km 중반 이상이 가능해 또래 중 구위도 좋은 편이다. 경기 운영능력이나 변화구 구사 능력 등 고교 투수 중 유일하게 즉전감으로 통한다. 다만 이승헌이라는 선택지가 있었기에 고민이 있었을 수 있고, 올해 황사기 이전까지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혹사로 불릴만한 투구가 있었다. 이후 청대에서 활약도 조금은 아쉽다. 경북고 김태우는 지명된 선수 중 193cm로 프로필상 이승헌 다음으로 키가 크다. 아직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은 체형이라고 보면 향후 구위가 향상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예상보다 일찍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패스트볼 스피드나 평균자책점에 비해 FIP 등의 성적은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광주일고 언더스로 김용하는 당장 전력감은 아니라도 실제 스피드보다 타자들이 느끼는 구위는 상당히 위력적인 투수로 여겨진다. 덕수고 박용민은 1학년 때 이미 25.1이닝 1.07의 평균자책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투수로 팔꿈치 수술 후 최근 경기에 나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이 순번에서는 흡족한 픽이다.
부천고 내야수 윤정빈은 올해 충훈고와의 경기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바 있다. 경기권 상대 팀들을 고려하면 타격 수치를 그대로 볼 수는 없으나 운동능력은 상위라운드에 호명한 이유가 된다. 홍익대 1루수 이태훈은 3학년 전까지 266타석 동안 .359의 타율 2개의 홈런을 치며 중장거리 타자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성적으로 볼 때 이 순번의 픽은 다소 의외다. 대전고 서주원은 운동능력이 뛰어난 수비형 포수다.
롯데는 고졸과 우완을 막론하고 상위라운드에 우완 투수를 집중시켰다. 가장 큰 수확이라면 역시 올해 최대어 중 한 명인 용마고 이승헌의 획득이다. 다른 해였다면 이 순번에서 기대할 수 없는 재능으로 1차 지명자를 포함해도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역량을 가진 선수다. 월등한 체격 조건과 MAX 150km가 가능한 구위를 고려하면 올해 최고의 잠재력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다른 상위지명자보다 성적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안산공고 김도규는 한 살 많은 나이와 올해 주춤한 성적에도 손꼽히는 자원으로 꼽힌다. 훌륭한 신체조건과 최고 140km 초 중반의 구위에 작년 이미 좋은 피칭을 보여준 바 있다. 반대로 상원고 김현은 빠른 볼의 위력 자체는 김도규보다 나을 수는 있지만 체격 조건에서 점수를 따지 못했고, 실적도 평범함에 가깝다.
인하대 정성종은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최고 150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진다. 이 사실만으로 2라운드 지명의 이유는 되지만 불안한 제구력 탓에 리그에서 지배력은 아주 미미했다. 야수 출신으로 실전 경력이 적고, 최근 허리 부상으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교체된 전적 등 불안 요소가 꽤 있는 투수다. 리그의 실적으로 따지면 연세대 김동우가 훨씬 우위에 있다. 고속 사이드암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라도 최고 140초중반의 스피드는 프로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땅볼 유도 능력이나 체인지업의 구사 등 대학 최고 수준의 투수다.
야수 중 정보근은 연고권에서 스카우트가 눈여겨본 포수를 부담 없이 뽑은 듯싶고, 장두성은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으로 고졸 야수 중 특출나게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성균관대 이호연은 대학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고교 시절부터 변함없이 기량을 입증해왔다. 다만 수비력이 떨어지고, 체격이 크지 않아서 프로에서 트위너 성향의 어정쩡한 선수가 될 우려도 안고 있다.
정규시즌은 한 경기라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드래프트에서 영 실적이 시원치 않던 한화로서는 최대어 급을 한 끗 차이로 놓친 이 상황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듯하다. 4픽은 누구를 뽑아도 정답은 없지만 그중 가장 무난한 픽을 택했다. 이승관은 2학년까지 중견수로 나름 괜찮은 활약을 한 선수지만 3학년부터 투수로 뛰기 시작해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권 주말 리그의 상대 팀이 상대하기 쉬웠겠으나 봉황대기 서울고, 광주일고, 충암고를 상대로 호투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MAX 140km 중반 이상의 빠른 볼도 고교 좌투수 중에는 최상위에 해당한다.
광주일고 박주홍도 아마에서는 수준급의 구위를 가진 좌투수다. 그렇지만 180cm가 안 되는 작은 신장에 퉁퉁한 체격에서 얼마나 스피드 향상이 있을지 미지수다. 또 리그를 정복했다고 할 만큼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도 못해 2라운드 초반이 조금 빠르다는 생각도 든다. 군산상고 임지훈도 박주홍과 비슷한 체형의 선수다. 야수로는 주로 1루수로 내야 포지션을 소화했는데 투타 모두에서 다소 어정쩡한 활약이다. 효천고 양경민은 한화가 지명한 투수 가운데 가장 큰 187cm의 신장과 삼진을 71개나 잡을 정도로 구위도 평균 이상이다. 약점은 제구력으로 투수로 갈 길이 멀고 98년 2월생으로 또래보다 나이가 많다. 유신고 김진욱은 작은 체구에 비하면 140km 이상의 빠른 볼을 뿌리고 슬라이더에 강점이 있어서 구위는 좋은 편이다. 단 높지 않은 수준의 권역에서 성적을 온전히 믿기 어렵고 성장 잠재력의 의문으로 순번이 늦어졌다.
인천고 정은원은 2000년생으로 지명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한다. 그에 비해 수비력이 좋고 출루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신장이 작고 압도적인 운동능력은 아닌 듯해서 3라운드에 한화에게까지 기회가 갔다. 충암고 이원석은 발이 빠르고, 수비에 강점이 있는 중견수다. 4라운드에 어울리는 수준의 공격력을 고교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는데 프로에서 힘을 기르면서 차차 지켜봐야 한다. 장안고 이성원은 포수로 보기보다 타자로 지명됐다고 봐야 한다. 어마어마한 파워와 많은 삼진이 동반되는 유형으로 길게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덕수고 김민기는 빠른 발과 재간으로 2학년 때부터 주전 2루수로 뛰었다. 작년에는 2할도 안 되는 타격으로 부진했으나 올해는 서울권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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