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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야구

9구단 선수수급 방안, 8개 구단 '통큰 양보'의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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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러니까 8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11년 2차 실행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주요 안건은 9구단 선수수급에 대한 지원 방안이었고 8개구단 단장이 모두 참가하였습니다. 이상일 사무총장은 결과에 대해 8개 구단이 '통큰 양보'를 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단적으로 이를 상징할 수 있는게 이번 실행위원회에서 9구단의 1군 진입시기를 2014년으로 규정하듯 언급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당초 엔씨 소프트는 2013년 진입에 의욕을 보였고 KBO도 이에 대해 선수수급방안을 내놓으며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근데 왜 이번엔 은근슬쩍 2014년 리그진입으로 유도하고 있는(못 박고있는) 걸까요? 회의결과 나온 선수수급 방안이 2013년 1군 진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창원팬들에게는 아쉬운 결과가 될텐데  내용을 보면



- 신인 선수 2명 우선 지명 및 2라운드 종료 후 2년간 5명 특별 지명

2년간 신인선수 2명 우선지명은 야구규약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이 전에 KBO는 2라운드 혹은 그 보다 조금 아랫 단계에서 10명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었지만 8개 구단 단장들은 동의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2라운드 후 5명으로 축소하는 선에서 결정했는데 10구단을 염두해두고 반으로 줄인 걸까요? 설령 2라운드 후 20명이라고 해도 픽 2장이 밀리는 것 뿐입니다. 실제로 3,4라운드의 선수가 1군에서 백업이상 될 확률은 50%에 못 미치겠죠. 당장 활약할 수 있는 선수를 찾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건 우선 지명하는 2명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 입니다. 2014년 1군에 진입한다면 2군에서 2년을 있어야 한다는 뜻 입니다. 만약 유창식에게 2년 동안 2군에 있으라고 한다면 메이져리그가 아닌 한화를 택했을까요? 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무에 가서 군문제를 미리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고 해도 1픽급 선수라면 상당히 꺼려지겠죠. 엔씨는 단순히 최고의 2명을 먼저 뽑는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하지 않을 선수 중에 2명을 뽑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픽을 날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겠죠. KBO는 특급 선수의 해외진출이 꺼려진다면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외국인 선수 4명 등록 3명 출장(2년간) 기존 구단은 3명 등록 2명 출장

4명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예상치 못한 부분이죠. 근데 9구단 만이 아니라 8개구단 외국인 선수 영입도 한명이 추가된 3명 등록 2명 출장으로 바꼈다는 부분이 핵심 입니다. 과연 선수협과 협의가 된 부분인지 궁굼한데 그렇지 않았다면 선수협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굼하네요. 외국인 선수 영입은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죠. 야구단 운영 맨날 적자라더니 그렇게 부담은 안되나 보내요. 엔씨는 4명이나 영입해야 하니 부담이 더 클 텐데 얼마나 적극적인 영입을 할지 궁굼하네요. 2년간 신생팀이 기존 팀들을 위협할 전력이 안될테니 무리할 이유는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8개구단은 생색내고 외국인 쿼터 한명을 늘렸으니 1석2조군요.


- 1군 진입 직전년도 종료 후 보호 선수 20명외 1명 지원

가장 실망스러운 내용이죠. 20명외 1명 지원은 이미 KBO규약에 규정된 내용입니다. KBO는 이 것으론 너무 부족하다고 판단, 상위 4팀은 25인 외 2명 하위 4팀은 25인 외 1명을 추가로 지원하자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8개 구단은 이에 대해서 전혀 받아 들이지 않았습니다. 두산과 삼성 같은 구단은 선수층이 넘쳐서 제대로 활용도 하기 벅찰 정도 입니다. 다른 구단도 25인이 아니라면 30인 그것도 안되면 40인으로 보호선수를 설정해서라도 지원했으면 큰 부담이 되지 않았을 것 입니다. '통큰 양보'라니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 실행위원회 회의에서는 지원 선수에 대한 보상금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는네요.



- 2013년 종료 후 FA 선수 3명까지 계약 (1년간)

전에 에 서도 썼지만 FA 선수 영입은 스타플레이어 혹은 준주전을 영입하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보상금이 줄었고 신생팀인 만큼 보상선수에 대한 걱정이 없었으니까요. 근데 규정상 FA신청 선수가 1~8명이면 각 구단별로 1명, 9~16명이면 2명, 17~24명이면 3명, 25명 이상이면 4명으로 영입 제한이 있었습니다. 3명이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선수 지원규모가 줄어든 만큼 아쉬움이 남네요. 2년간 3명이었으면 하는데 더 양보할 생각은 없었나 보네요.

글구 KBO NOTICE에 적혀 있는 '2013년 종료 후' 라는 부분은 바로 9구단의 2014년 1군 진입을 의미합니다. 1군 진입 직전년도라고 하는게 논란이 되지 않을 텐데요. 진입시기를 못 받은 듯한 문구죠.


- 구단에 지명되지 않은 상무(6명), 경찰청(9명) 우선 교섭권 2년간 부여

이 부분에 대한 저의 해석이 맞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구단에 소속되지 않고 대학 졸업 후 혹은 방출 되고 상무에 입대한 선수를 우선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내용인 듯 합니다. 만약 한화에 1차 지명되고도 협상이 결렬되 MLB로 날아간 장필준 같은 선수가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제가 알기로 그리 눈에 띄는 선수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시즌이 지나면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방출 선수 영입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네요.


- 1군 엔트리 2년간 1명 증원

1군 전력감 선수 26명 혹은 27명 채우기도 힘든데 단순히 엔트리가 한명 늘어나는게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없는 것 보다는 경기운영하기 편하겠지만 2년간 신생팀이 기존 팀을 위협할 수 있을지는...


- 2차 드래프트 실행 (룰5드랩)

 마지막으로 룰5드래프트에 대한 내용이 추가 되었습니다. 룰5드래프트는 신생구단만 적용을 받는 건 아니지만 선수수급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었죠.
내용은 2년에 한번 씩 각 구단의 보호선수 50명을 제외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2차 드래프트를 연다는 것 입니다. 구단당 3라운드를 지명하고 지명순서는 전년도 성적의 역순. 모든 라운드 종료 후 신생팀은 5명 추가 지명 가능 하도록  했습니다. 보상금은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이후 1억원씩. 과연 보상금을 봤을때 3라운드까지 지명할까 궁굼한데 분명한건 룰 5드래프트에 의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죠.

룰 5드래프트는 구단에서 가치없는 선수를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하는게 아닌 가치는 인정하지만 구단 형편상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 선수에게 다른 팀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 입니다. 것도 40인이 아닌 50명의 넉넉~한 보호선수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신생구단 선수지원 안 했으니 50인 한도 내에서 한 번 골라 보라는 얘기 일까요?



지금까지 9구단 선수수급 방안을 살폈는데 실망감이 큽니다. 특히 룰5드래프트는 조롱에 가까운 느낌이라 참혹한 감정이 드는데요. KBO 규약에 있는 2년간 우선 지명 2명+ 20인 보호선수 외 1명씩을 제외하고 8개 구단이 이번 회의에서 실질적으로 양보한 것은 

2년간 2라운드후 드래프트 순번 다섯번째로 밀리기 + 50인 선수외 지원선수 1명씩 + FA선수 영입 기회 3명 한도 입니다.

FA는 원래 다른 팀도 1명 내지 2명을 영입할 수 있고 결국 경쟁이라는 걸 생각하면 8개 구단이 양보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야 2년 동안 1명더 영입하든 말든 경쟁상대가 아니니 신경쓸 부분이 아니구요.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죠. 8개 구단이 큰 손해를 보지 안 더라도 신생팀에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순위경쟁할 팀 지원하면 뭐하냐는 생각을 하는 듯 한데 전력 불균형은 곧 리그경쟁력의 약화고 야구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 입니다. 넥센이 구단 인수를 하기 전엔 포스트시즌 진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고 신생팀 창원도 초반 3~4년은 고전이 예상되죠. 만약 10개 구단이 된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 지겠죠. 그나마 경기력을 유지하려면 적재적소에 선수분배가 되도록 해야하는데 '한국형' 룰5드래프트 보니 이건 뭐 답이 없네요.

참고로 쌍방울은 90년 창단당시 22인외 보호선수 2명씩, 2년간 2차 우선 지명권 10장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8위 3번, 7위 2번을 했군요. 엔씨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건이 된다면 상황은 더 나을 수 있지만 선수수급에서 차이가 나서야 긍정적인 예측이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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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리그에 진입한 빙그레가 있지 않냐고 반문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빙그레에 대한 선수수급 규정은 특별히 없었고 KBO가 다른 구단으로 부터 지원해주도록 권고하는 것 이었습니다. Statiz에서 보면 빙그레는 현금 트레이드 형식으로 나머지 6개구단으로 부터 19명을 받았는데 대부분이 주력으로 기용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 중에는 해태에서 받은 포수 유승안 같은 선수도 있었습니다.  그외 지명권 양도로 삼성에서 받은 이강돈, 강정길 같은 선수도 있었구요.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드래프트였는데 당시는 고교졸업후 프로에 직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대학에서 프로로 왔습니다. 1차지명은 연고지내에서 무제한으로 뽑을 수 있었는데 대학의 전력감 투수인 이상군이나 한희민 같은 투수는 1군에서 곧바로 에이스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프로야구에서는 극히 힘든 일이죠. 류현진, 임태훈이 신인상을 받은 이 후 중고유망주라 말해주는 선수들이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드래프트 후 신인이 바로 활약하기 매우 어려울 정도로 당시와는 리그 수준이 다른 거죠. 그도 그럴 것이 프로야구가 시작된게 82년, 빙그레가 드래프트에 참가한 것이 85년 입니다. 기존 6개구단이 빙그레보다 출발한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신생팀의 불리함을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습생 신화로 일컬어지는 장종훈 같은 불세출의 스타가  나온 것도 복이었구요. 엔씨와 빙그레의 상황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 할 수 있을까요? 

어제의 회의 결과는 이기적인 걸 넘어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창원팬이 아니라 야구팬이라면 대부분이 한숨이 쉬어지게 되는 어제의 결정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