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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취약 포지션으로 보는 후반기 키플레이어


내야가 휑한 LG에 후반기 손주인이 '구원자'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LG 트윈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지나갔다. 단일 리그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하지만 각 팀의 취약점을 면밀히 살폈더라면 서로 윈윈이 되는 트레이드 카드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아있는 자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방법뿐이다. 어떤 선수가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까?


7월 31까지의 성적을 바탕으로 팀에서 가장 약점이 되었던 포지션을 정리해 보았다. 방식은 카스포인트의 이닝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스탯(OPS)을 배분했다. 실제 선수들이 각각의 수비 상황에서 기록한 타격 성적은 아니지만, 참고 자료로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먼저 리그 전체로 보면





가장 OPS가 높았던 포지션은 1루와 지명타자로 예상된 결과이고, 가장 취약한 타격을 보였던 자리는 포수다. 메이저리그는  포수가 장타력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유격수보다 높은 OPS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국내도 2011년에는 포수의 wOBA가 유격수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이는 최근 프로야구의 포수 품귀 현상을 반영하는 수치다. 올해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2루수의 선전으로 최근 4년 중 유일하게 3루수보다 높은 OPS를 기록 중인 시즌이다. 참고로 작년에 유사한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3루수가 2루수보다 약 1할 이상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었다. 최정의 부상과 서건창, 안치홍, 오재원 등의 커리어 하이급 활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7월까지 경기당 득점이 6.46으로 가장 높은 득점력을 자랑했던 팀이다. 빠른 발과 파워 조합은 가장 이상적인 득점 코스임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중견수 포지션에는 9개 구단 중 가장 리그 평균보다 낮은 OPS를 기록하는 등 전년도 배영섭의 공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삼성이 데드라인 전 2위와 격차가 크지 않았다면 트레이드를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해민은 7월 이후 .313의 타율 .819의 OPS를 기록 중이라 이 선택은 현명했다고 보인다. 코너외야의 박한이도 최근 타격감이 좋다. 오히려 변수는 가장 짙은 붉은색으로 표시된 3루자리에 박석민 대신 들어온 조동찬의 활약이 될 수 있다.



넥센은 올해 최고의 타격 팀이다. 특히 유격수 포지션은 강정호가 무시무시한 파괴력으로 +마진을 챙기고 있다. 조그만 아쉬움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 가장 타격이 우선시되는 지명타자 포지션이다. 외국인 야수로 로티노가 아닌 타격이 장점인 선수를 뽑았더라면 역대 최강의 라인업이 완성될지 모른다. 물론, 이성열, 윤석민 플래툰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충분히 좋은 효과를 거둘 여지가 있다. 어쨌든 넥센의 키는 타격이 아니라 문성현, 오재영, 김대우, 강윤구, 김대우 등으로 채우고 있는 토종선발진에 달렸다고 하겠다.






OPS는 야수의 능력을 나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표다.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비와 주루능력이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표로 NC 야수들을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타격만 보자면 리그의 슈퍼스타로 거듭난 나성범이나 최고의 외국인 야수로 불리는 테임즈를 제외하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세 번째로 높은 공격력을 자랑한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 손시헌이 부상으로 빠졌다. 현시점에서 이를 만회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포지션은 타격이 중시되는 코너 외야. 지난해 선두타자로 활약했던 김종호는 BABIP 수치가 .352에서 6월까지 .282로 떨어지면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다행히 이후 57타석 동안 .442로 급격히 수치가 올라가면서 부진을 만회 중이다. 김종호가 계속 고공행진으로 누상에 진루한다면 팀은 자연스럽게 힘을 받을 수 있다.



롯데는 이번 오프시즌 최준석과 히메네스 영입을 통해서 타격에서 어느 정도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간점검을 하자면 히메네스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박종윤의 선전을 통해 어느 정도 만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주찬이 이탈한 이후 코너 외야 한자리는 여전히 팀에 큰 구멍이 되고 있다. 가장 강점이던 포수 자리는 강민호마저 부진해 다시 한 번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후반기 롯데가 안전하게 4강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좌익수 자리에 김문호가 박종윤이 외야 수비를 최대한 나서지 않도록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장성우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면 앞으로 롯데에 많은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






7월 이후 LG는 돌풍을 일으키며 4강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안정화된 투수력은 크게 우려할 부분이 없다. 그렇지만 리그 평균보다 OPS가 높은 포지션이 하나도 없을 만큼 타격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중 중견수나 1루, 지명 포지션은 스나이더와 함께 9번 이병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어 어떻게든 꾸려갈 수 있다. 문제는 조쉬 벨의 이탈과 김용의 부진으로 공백이 생긴 3루를 비롯한 내야 포지션이다. 가장 키가 될 선수라면 손주인이 있다. 삼성 시절부터 공수에서 밸런스를 갖추고 있던 선수로 중앙이 빈약한 LG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올해는 5월 .180의 타율로 잠시 부진했으나 6,7,8월 .880의 OPS로 월마다 상승세를 보여주는 중이다. 수비에서는 일본 야구에서 기본기를 쌓아온 황목치승이 오지환을 보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야수층만큼은 9개 구단 최고라던 두산도 기대에 못 미치는 인상이다.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김현수-칸투-홍성흔은 특별하지 못하고, 손시헌과 이종욱이 나간 유격수-중견수 포지션은 팀의 구멍에 가깝다. 그나마 양의지-최재훈 라인이 공수에서 SK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팀에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베테랑의 공백을 메우려면 유망주들이 헤나가는 수밖에 없다. 멀티포지션 능력이 오재원보다 뛰어난 유격수 허경민이 컨택능력에서 더 자신을 드러내야 하고, 박건우도 타격에서는 정수빈을 이겨낼 정도가 돼야 한다.






후반기 KIA의 부진을 설명하면 투수보다 야수진의 집중력과 수비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나지완은 공격에서 많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수비에 나서면서 투수를 불안하게 만든다. 나지완 탓이라기보다 수비에 나서지 못하는 김주찬의 몸 상태가 원인제공을 했다. 반대로 수비보다 타격이 아쉬운 포지션은 유격수와 중견수 자리다. 이대형은 자신의 커리어대로 고군분투 중이나 타고투저리그에서 7할이 되지 않는 OPS는 아쉬움이 있다. 1년 차 유망주 강한울도 타격에서 1군 레벨 평균에 다가가기는 역부족이다. 키플레이어는 수비, 공격 모두 잘해낼 기량을 갖춘 브렛필. 부상 복귀 후 .250의 타율 .711OPS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배드볼히터 필이 살아나야 KIA가 변비 야구에서 탈출할 수 있다.



정근우의 이탈로 2루 포지션이 SK의 약점이 되리란 것은 예견된 일이다. 이재원이 이렇게 브레이크아웃할지 알았다면 수비가 되지 않는 스캇을 뽑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팀의 가장 큰 강점이 되야할 3루 자리도 최정이 장기간 부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팀의 약점이 된 포지션에 한동민, 이명기, 박계현 등 주목할 만한 야수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팀에는 FA를 앞둔 조동화, 나주환, 박정권(예비), 김상현(예비) 등에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SK에 가장 중요한 작업은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팀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한화에서 김태균은 늘 푸른 소나무이자 팀의 든든한 기둥이다. 선구안과 최상의 컨택능력, 그리고 회복된 장타력은 내년에도 팀에 가장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수비력이 좋은 피에는 내구성과 타격에서도 합격점을 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반면 FA 영입자 정근우, 이용규 두 명은 부상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이용규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며 9개 구단 지명타자 중 가장 낮은 OPS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어깨 부상의 영향으로 슬라이딩에 제약이 따르자 도루 성공률도 55%에 불과했다. 대부분 이 자리에 내년 중심타선에 포진해야 할 김태완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편 유격수 포지션에는 송광민의 실패, 한상훈 부상 후 조정원, 이학준, 임익준, 전현태, 강경학 등 여러 선수를 실험하는 중이다. 이 중 강경학이 가장 잠재능력이 돋보이는 선수지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이 되었으면 한다. 장기적으로는 하주석, 최윤석 등의 자원이 있기에 낙관적인 전망을 하게 되는 포지션이다. 그보다 조인성에 너무 만족해 포수 포지션 정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