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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화 대체 외국인 투수 에릭 서캠프, 최근 4년간 기록

사진 출처 - SD Dirk님 플리커


지난 8일 한화가 로저스의 대체 선수로 미국 출신 좌완 에릭 서캠프(Eric Surkamp)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45만 달러로 이전에 영입한 카스티요나 넥센의 맥그레거, SK의 라라, kt의 로위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이다.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살짝 낯간지러운 타이틀과 함께 서캠프가 얼마나 높은 기대를 받고 영입한 투수인지 알 수 있다. 한 미디어에서 로저스와 다른 유형의 특급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만한 퍼포먼스는 몰라도 한화가 구세주의 역할을 바라고 영입한 투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과연 서캠프가 팬과 구단의 희망을 실현해줄 기량을 갖추고 있는지 커리어를 따라가 보자.


먼저 외형적인 조건은 더 말할 나위 없다. 1987년 7월생으로 전성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나이고, 198cm 95kg의 체격 조건은 투수로서 이상적이다. 단, 스리쿼터 유형으로 릴리스포인트가 높지 않아 자신의 큰 신장을 크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대학 시절 서캠프는 대단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같은 신시네티 출신 한 학년 위의 팀메이트 앤드류 브랙먼이 207cm의 신장에 강한 구위를 뽐내는 선수였기에 커맨드형 투수에 가까운 서캠프의 활약이 조금 가려진 감이 있다. 또 대학 3학년에는 73.2이닝 동안 4.89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하면서 가치가 다소 떨어졌다. 그 결과 브랙먼이 양키스 1라운더가 된 것에 반해 서캠프는 6라운드 전체 177번째로 지명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프로에서 커리어는 서캠프가 더 순탄하다. 자이언츠 입단 후 곧바로 싱글A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하기 시작했고, 더블A까지 순식간에 폭격하면서 대략 3년 만에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낸다. 이 시기 서캠프는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팀 내 7~9위 유망주로 랭크되는 등 달라진 팀 내 입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시기에 팔꿈치 부상이 생기고 말았고 토미존 수술로 1년 공백이 생긴다. 서캠프는 2013년 트리플A에서 괜찮은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구 40인 로스터에서 밀려 웨이버 공시로 팀을 옮기게 된다. 이후 서캠프의 커리어는 아래와 같다.





화이트삭스에서 서캠프는 릴리버로 꽤 중요한 순간(1.41의 gmLI)에 등판하곤 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대부분 선발로 등판했던 서캠프에게 짧게 던지는 구원투수의 역할은 애초에 맞지 않는 옷이었을 수 있다. 서캠프는 다시 트리플A에 내려가 한 수 위의 피칭을 했고, 국내 팬들이 염원하는 외국인 투수로 꼽히곤 한다. 결국, 2016년 오클랜드에서 선발로 부진한 피칭을 한 후 한국에서 새로운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서캠프의 최근 3년 FIP+(구장 효과 제외)는 111로 선발로 등판한 경기를 비교할 때 최상위에 위치하는 수치다. 


서캠프의 빠른 볼 스피드는 평균 89마일로 국내에서는 최고 140km 중반 이상 평균 140km 초반대로 국내 좌완들과 비교하면 평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트리플A에서 9이닝당 평균 8.4개의 삼진을 잡은 비결은 우수한 제구력과 함께 커브, 체인지업의 위력 덕분이다. 베이스볼아메리카는 2009~2011년까지 서캠프의 커브를 자이언츠 팜내에서 최고라고 선정했고,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결정구로 활용해 왔다. 체인지업 역시 평균은 되는 구질로 평가받는데 빠른 볼로 많은 삼진을 잡기까지 타자의 눈을 현혹시킨다. 서캠프의 메이저리그 좌우 타자 상대 피OPS는 9할 내로 거의 비슷하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최근 몇 년을 범위로 삼으면 좌우 거의 차이가 없다.


이른 반대로 말하자면 좌타자를 상대로 하는 슬라이더 등의 구종이 메이저리그에서는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2014년 좌완 원포인트에 가까운 역할은 그야말로 서캠프에게 어울리지 않는 보직으로 여겨진다. 물론, 2016년의 모습을 보자면 선발로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통하기 어려운 구위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기준의 얘기. 트리플A는 일반적으로 국내보다 녹록지 않은 리그로 말해지며 서캠프는 마이너리그에서 대부분 상위에 위치하는 투수였다. 비록 외국인 투수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광속구가 아니더라도 평균은 되며 국내 타자들에게 충분히 통할 커브와 체인지업, 투심 등의 무기가 있다. 제구력을 비롯한 커맨드 능력도 수준급이어서 어느 팀이더라도 1선발로서 기대치를 갖게 한다. 주키치, 벤헤켄 등 장신 좌완들의 성공도 기분 좋은 사례.



한화가 고민할 부분은 서캠프를 작년 로저스처럼 안하무인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로저스의 작년 PAP 수치(선발 혹사 관련)는 101869로 등판 횟수나 이닝에 비해 너무 높다. 평균은 10186.9로 2005년 MLB의 리반 에르난데스를 제외하면 최근 이보다 높은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참고로 야구통계사이트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 가면 2004년부터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로저스가 작년 워낙 도미넌트한 활약을 했기에 서캠프가 그 정도로 뛰어난 피칭을 보일지 미지수다. 로저스는 더 뛰어난 패스트볼 스피드에 메이저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인 마이너리그, 트리플A 커리어는 서캠프의 우위라도 로저스가 국내 오기 전 보여준 임팩트는 그 이상이었기에 비슷하게 기대치를 가져가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구위로 윽박지르는 투수가 아니므로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의 영향 등 변수가 더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적지 않은 금액으로 데려온 수준급 투수임은 틀림없어 보이기에 서캠프를 소모품 용병으로 보는 태도는 경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령 후반기 한화가 짜내고 짜내 5위 내에 들더라도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끌 슈퍼맨이 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6이닝 2자책 5K 2볼넷 1피홈런 피칭



2016년 견제로 주자를 아웃 시키는 모습



2014년 MLB.COM의 유망주로 소개된 서캠프